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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권력의 곁 / 여현호

등록 2007-11-21 18:47

여현호 논설위원
여현호 논설위원
유레카
1960년대 초반 총리를 지내면서 일본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이케다 하야토의 대표적인 정책은 소득배증 계획이다. 이를 두고 ‘주연 이케다 하야토, 극본 시모무라 오사무, 연출 다무라 도시오’라고들 말한다.

이케다는 경제성장을 ‘전망’이 아닌 ‘정책’으로 추진해 사회 전체에 성장 마인드를 불어넣고 이에 맞춰 여러 부문을 정비한, 말그대로 주역이다. 일본개발은행 이사였던 시모무라는 1958년 <경제성장을 실현하기 위해>라는 책을 내어, 성장론의 이론적·실천적 토대를 제공했다. ‘음지의 인물’ 다무라는 이 둘을 연결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있던 이케다파의 정치후원 조직 굉지회(宏池會·고치가이) 안에 시모무라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로 목요회를 만들었다. 목요회의 토론 결과는 다음날 아침 다무라가 요약해 이케다에게 보고됐다.

다무라는 한때 사회주의자였다. 1932년 만주로 건너가 전쟁·감옥·병원이 없는 이상사회 건설을 꿈꾸다 종전 뒤 5년 동안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서 지냈다. 그는 자신의 좌절된 꿈을 대신 펼 사람으로 대장성 동기였던 이케다를 택했다. 그는 수없이 정치자금을 받고 이를 관리했지만, 사적으론 일체 돈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도 한사코 피했다. 수입은 대학 시간강사 월급이 전부였고, 타계한 뒤 유산도 고서뿐이었다. 이케다가 총리가 된 뒤 고향인 교토의 지사 선거에 나서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화를 내며 물리쳤다고 한다.

시모무라도 이케다 주변을 맴돌진 않았다. 58년 여름 이케다와 처음 대면한 뒤에도 그를 직접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없었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화두는 경제라고 한다. 후보 캠프마다 교수나 경제 전문가도 많고, 측근이라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눈도장’이나 ‘한자리’에만 신경쓰는 이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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