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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몰타를 꿈꾸다 / 강태호

등록 2007-11-22 18:59

강태호/남북관계 전문기자
강태호/남북관계 전문기자
한겨레프리즘
몰타는 이탈리아 남쪽 지중해 섬나라다. 1989년 12월2∼3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 섬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냉전 종식을 선언한 역사적인 몰타 정상회담이다. 미국과 소련은 2차대전 후 모두 16번의 정상회담을 했다. 모두 냉전체제의 틀 안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몰타 정상회담은 달랐다.

그해 여름 이래 동유럽은 혁명의 돌풍 속에 있었다. 한 달 간격으로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사회주의 정부는 하나씩 몰락하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건 불과 3주 전인 11월9일이었다.

회담 둘쨋날인 12월3일 고르바초프는 “우리는 이제 여러분들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소 관계의 이정표를 긋는 중대 발언이었다. 그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고르바초프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냉전의 한 시대를 떠나 이제 새로운 한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이다. 우리는 평화의 시대에 이르는 머나먼 길의 바로 그 시작에 있다.” 부시는 이렇게 화답했다. “미-소 관계 개선으로 고쳐 나갈 수 없는 문제가 세계 특히 유럽에는 하나도 없다.” 지금으로부터 꼭 18년 전이다. 그 뒤 독일은 통일됐고 소련은 해체됐다.

한반도는 어떤가? 냉전의 해체는 동시대적인 것이었다. 가네마루 신 일본 자민당 총재가 평양을 방문해 북-일 3당 수교 선언을 했다. 몰타 정상회담 석 달 전인 89년 9월이었다. 그 뒤 90년 한-소 수교, 92년 한-중 수교 등 한반도에서도 냉전은 한쪽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남북은 91년 유엔 동시가입과 그해 8월 ‘남북간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기본합의서)에 합의함으로써 전면적 화해협력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92년 8차 남북 고위급(총리) 회담으로 멈췄다. 북핵이 가로막았다. 15년 만에 같은 장소인 워커힐호텔에서 지난 14일 1차 남북 총리회담이 열렸다. 이번 총리회담 합의는 기본합의서 체제의 복원이다. 10·4 남북 정상선언은 15년여 잠자고 있던 기본합의서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지난 11월13일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기조 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는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10월2일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장벽은 무너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음날인 10월3일 북핵 불능화 합의문이 발표됐다. 몰타에서 미-소가 그랬듯이, 한반도에서도 이제 냉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왔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을 위한 4자 정상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해 11월 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선전쟁의 종결을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을 상기시켰다. 남북 정상선언에서 ‘조선의 최고령도자가 3자 혹은 4자 수뇌회담’의 개최를 명시한 것은 그에 대한 공식적인 회답이라는 것이다. 또 북한이 6자 회담을 진전시킨 것은 ‘부시의 제안’이 빈말로 되지 않는 조건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은 지금 부시 대통령에게 ‘당신의 제안은 빈말이냐’고 묻는 듯하다.

아버지 부시는 몰타 정상회담으로 냉전종식의 한 주역으로 역사에 남았다. 아들 부시가 이제 동북아에서 또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주역이 된다면 가문의 영광이 아니겠는가. 누가 부시 대통령에게 이런 얘기 해줄 사람 없을까?

강태호/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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