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물질과 기억 / 홍일표

등록 2007-12-02 18:47

시인의마을
전나무의 몸 속에 봉인된

어제의 새소리와 그제의 바람소리가

몸 밖의 시간을 끌어당긴다

과거가 혹처럼 불거진다

양팔을 벌리고 손을 휘젓는 나뭇가지에 척척 감기는 푸른 공기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숨결이다

앞뒤로 기우뚱거리며 중심을 잡다가

화들짝 놀라 몸을 추스르는 전나무


이미 멀어진 발자국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무 아래 어지러이 흩어진다

무성했던 수심(愁心)이 위로 오를수록 짧아진다 단발이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표창이다가

마침내 한 자루 붓이다 우뚝 선 붓끝,

나무의 오랜 기억들이 일필휘지로 내달리는 순간

심중에 박힌 나무 한 그루 파르르 떨며 죽는다

-시집 <살바도르 달리 풍의 낮달>(천년의 시작)에서

홍 일 표

1958년 출생. 1988년 <심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 그 사랑법> <혼자 가는 길> 등.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