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전나무의 몸 속에 봉인된
어제의 새소리와 그제의 바람소리가
몸 밖의 시간을 끌어당긴다
과거가 혹처럼 불거진다
양팔을 벌리고 손을 휘젓는 나뭇가지에 척척 감기는 푸른 공기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숨결이다
앞뒤로 기우뚱거리며 중심을 잡다가
화들짝 놀라 몸을 추스르는 전나무
이미 멀어진 발자국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무 아래 어지러이 흩어진다 무성했던 수심(愁心)이 위로 오를수록 짧아진다 단발이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표창이다가 마침내 한 자루 붓이다 우뚝 선 붓끝, 나무의 오랜 기억들이 일필휘지로 내달리는 순간 심중에 박힌 나무 한 그루 파르르 떨며 죽는다 -시집 <살바도르 달리 풍의 낮달>(천년의 시작)에서 홍 일 표 1958년 출생. 1988년 <심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 그 사랑법> <혼자 가는 길> 등.
이미 멀어진 발자국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무 아래 어지러이 흩어진다 무성했던 수심(愁心)이 위로 오를수록 짧아진다 단발이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표창이다가 마침내 한 자루 붓이다 우뚝 선 붓끝, 나무의 오랜 기억들이 일필휘지로 내달리는 순간 심중에 박힌 나무 한 그루 파르르 떨며 죽는다 -시집 <살바도르 달리 풍의 낮달>(천년의 시작)에서 홍 일 표 1958년 출생. 1988년 <심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 그 사랑법> <혼자 가는 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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