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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에두르기 / 최인호

등록 2007-12-06 18:58

언어예절
돌려 말하거나 날을 누그러뜨려 하는 말법들(완곡어법·헤지)을 ‘에두르기’라 싸잡는다. 이는 껄끄런 말을 부드럽게, 아닌 걸 긴 것처럼 베풀거나 말꼬리를 흐리는 등으로 그 얼안이 넓어진다. 말글로 먹고 사는 이, 판단·분석·주장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학자·정치인 두루 그 애호가들이다.

선거 유세 쪽은 에두르기가 좀 덜하다. “여러분께서 저를 ○○○으로 뽑아주신다면 …/ 제가 된다면 …”을 깔고 있으니 굳이 에둘러 말할 게 없다. 거짓일지언정 믿음과 확신을 주자면 에두를 짬이 없는 까닭이다.

에두르기에 종사하는 말과 말투는 갖가지다. 입음꼴, 인용, 겹부정, 갖은 비유, 도움토들이 대표선수다. 딱히 한정하기는 어려우나 두드러진 표지들을 들추면 “-적(的), -성(性), 보여진다, 여겨진다, 생각된다, 생각에 따라서는, 하나의, 일종의, -ㄹ 수, -겠-, 이른바, 가능성, 어쩌면, -ㄹ 것이다, -고 하겠다, 아마도, 거의, 주로, 크게, 비교적, 그리, 다소, 적잖다, 지나치지 않다,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곤란하다, 무리가 있다, 필요성이 제기된다, 필요로 한다, 우려가 있다, 하고도 남는다, 알려져 있다, 판단되어진다, 듯하다, 성싶다 ….” 재미있는 것은 외래말투가 많다는 점이다.

에두르기는 잘만 쓰면 상대에게 겸손·공손·헤아림으로 다가가는 방편이 된다. 문제는 버릇으로 막 쓴다는 현실이고, 비겁·부정직·무책임을 드러내는 말투로 떨어질 위험이 높으며, 결국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군말이나 다리아랫소리가 되게 한다는 점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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