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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1 20:03 수정 : 2005.04.11 20:03

큰 꿈을 안고 교단에 선 지 벌써 십삼 년이다. 그 사이 아이를 둘 낳아서 이제는 학부모이기도 하다. 아직도 부족한 교사이지만 학부모가 되고 보니 서로 처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어 교사로서 학부모께 조심스런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학부모와 교사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다. 아무래도 학부모는 아이의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 위주로 얘기를 많이 한다. 교사는 한 반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아이 자체만이 아니라 한 아이가 전체 학생에게 줄 영향을 염두에 두고 얘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와 교사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마음이 상하여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아이를 교육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은데도 서로 다른 위치에 놓여 있다 보니 생긴 오해다.

학부모와 상담을 해보면 아이들은 가정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 우리 집 큰아이는 내가 알기로는 말이 많고 명랑하고 사교적인 아이였다. 그런데 학교선생님과 상담을 했더니 우리 아이가 말이 없고 웃지 않으며 아이들과도 쉽게 못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혹 선생님이 다른 아이와 우리 아이를 혼동하며 말씀하시는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그리고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내가 만난 학부모의 모습과 내 모습이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 드렸다. 내가 아는 아이의 모습은 어찌어찌 한데 선생님께 말씀을 듣고 보니 너무 당혹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생님께서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앞으로 가정에서 지도하는 데 참고하겠다고. 그후로 우리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니 선생님이 말해준, 내가 몰랐던 정반대의 성격이 아이에게서 많이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어미이기 때문에 좋게 해석해서 보았기 때문에 놓친 모습들이었다.

학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어떤 점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일단 마음이 상한다. 그리고 교사가 우리 아이를 안 좋게 보는 것 같아서 좀 섭섭하다. 그것은 부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교사가 아이의 단점을 학부모에게 얘기할 때는 아이가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모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교사가 아이를 잘 살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상한 심정을 빨리 수습해서 꼬부장한 마음을 버리고 교사의 얘기에 귀 기울여야 아이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또 학부모는 교사의 말을 듣고도 다시 아이의 변명을 듣게 되면 쉽게 마음이 흔들린다. 교사와 아이의 말을 분별해서 판단하지 않으면 아이는 그 점을 악용하기도 한다. 혹 교사의 말이 틀린 것 같으면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는 담당업무를 수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수업지도와 생활지도를 하는데 감당하기에 버거울 때가 많다. 더군다나 맡은 반 아이들이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개성이 강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실수하는 경우가 생긴다. 학부모께서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교사를 이해해 주면 교사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금희/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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