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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녘말] 소행·애무 / 김태훈

등록 2007-12-09 18:42

북녘말
남북이 같은 말을 비슷한 뜻으로 쓰고 있지만, 그 느낌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은 대화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생소한 말을 듣게 된다면 그 뜻을 문맥에서 짐작하거나 뜻을 물어보아 확인할 수 있지만, 말에서 풍기는 느낌에 차이가 있다면 묻기도 곤란하고,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녘말 ‘소행’과 ‘애무’에 그런 차이가 있다.

“전날에, 렬녀의 소행을 찬양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세우는 붉은 문.”(조선말대사전)

“백락신이란 자의 소행을 보면 전수이 날도독놈의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계명산천은 밝아오느냐 1)

남녘에서는 소행(所行)을 부정적인 일에 쓰기 때문에 ‘열녀의 소행’을 기념하기보다는 ‘열녀의 행적’을 기념하여 열녀문을 세운다. 북녘에서는 ‘소행’을 긍정적인 일, 부정적인 일에 두루 쓰기 때문에 ‘어여쁜 소행, 아름다운 소행, 기특한 소행’이 가능하다. 남녘에서 이런 표현을 쓴다면 비꼬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전수이’는 ‘전적으로’의 뜻이다.

“황소는 광섭의 지극한 애무에 반겨 어쩌지 못하듯 꼬리를 휘두르고 영각을 치기도 하였다.”(조선말대사전)

“지쳤던 아이는 어머니의 다정한 애무에 그만 솔곤히 잠이 들었다.”(조선말대사전)

남녘에서 ‘애무’는 주로 ‘이성간의 사랑 표현’으로 쓰이지만, 북녘에서는 글자뜻 그래로 ‘쓰다듬다, 어루만지다’처럼 포괄적으로 쓰인다. 단순히 ‘사랑하고 귀여워하며 어루만지는 것’이어서 황소를 애무하기도, 어머니가 아이를 애무하기도 한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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