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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멜랑콜리 / 채은

등록 2007-12-09 18:47

시인의마을
어떤 저녁은 이 세상의 바깥에 있다 잘못 꽂힌 서표처럼 버드나무는 가끔 기억나지 않는 기억 속에 머리를 담근다 거위가 우는 저녁 무당벌레가 앉았다 떠난 나무들마다 깃들었던 영혼들이 차례차례 호명되면 푸른 수련은 꽃잎을 접는다 그 아래 수은 같은 호수를 절뚝절뚝 건너는 어릿광대소금쟁이와 허공을 헤엄치는 물고기 떼의 갸륵하고도 갸륵한 금서들 책엽을 넘길 때마다 점멸하는 여백을 세심히 필사하는 유월의 일몰(日沒) 누가 알 것인가 일찍이 이 세상이 있기 이전부터 있어 온 침묵과 그 침묵 속에 잠입해 있는 부패한 슬픔 바람이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비명의 기원을 몰약과 유황으로도 봉인할 수 없는 시간들이 오래도록 썩은 향내를 풍길 때, 어떤 저녁은

-시집 <멜랑콜리>(천년의시작)에서

채은

2003년 <시작>을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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