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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생물농축 / 권귀순

등록 2007-12-10 18:50

유레카
1955년 어느날,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마을 하늘은 낙하산으로 뒤덮였다. 낙하산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씩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른바 ‘고양이 공수 작전’. 쥐가 들끓는 마을을 구하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실제 작전이었다. 그 마을 고양이는 다 어디로 갔기에? 도마뱀을 잡아먹고는 죽어갔단다. 도마뱀은 무얼 먹었기에? 바퀴벌레를 잡아먹었다. 바퀴벌레는 무얼 먹었기에? 이렇게 먹이사슬을 타고 내려가 조사해 보니 맨 밑바닥에는 디디티(DDT)가 있었다. 말라리아 퇴치용으로 모기에게 살포한 디디티가 화근이었다. 기초생물체에 흡입된 오염물질이 2차, 3차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옮아가는 ‘생물농축’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현실의 우화’다.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인간은 ‘생물농축’의 원인 제공자이면서 최대 피해자다. 최고 소비자로서 치르는 숙명의 부메랑이다. 생명체는 ‘생태학적 효율’이 매우 낮아 몸을 불리자면 쓰는 양보다 훨씬 많이 먹어야 한다. 예컨대 생태학적 효율이 10%라면 10g의 체중을 늘리려면 100g을 먹어야 한다. 먹이의 영양분만이 아니라 먹이에 농축된 독성물질도 10배 더 먹는 결과를 낳는다. 바다에 유입되는 강물 속 디디티가 0.000002ppm(100만분의 1)일 때, 동물성 플랑크톤에는 0.04ppm, 작은 물고기에는 0.5ppm, 또 이를 먹는 큰 물고기에는 1.5ppm, 다음 소비자인 바다새에게는 20ppm이 쌓인다. 따라서 생선구이를 먹는다 치면, 수백만 배까지 축적된 독성물질도 따라 먹게 된다.

석유는 탄화수소 계열 화학물질로, 이 성분들은 서서히 물밑으로 가라앉아 수십년을 잔존한다.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유조선 엑손 발데즈호 기름유출사건에서 확인된 사실은 기름성분의 농도가 바닷물 일정량의 10억분의 1만 돼도 해양생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태안 앞바다를 기름 재앙에서 구출하려면 어떤 작전을 써야 하나?

권귀순 여론팀장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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