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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정동영·문국현, 샴쌍둥이의 말로 / 이태수

등록 2007-12-10 18:54

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단일화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이미 대선은 과거가 된 듯하다. 끝난 게임이고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라도 차렸으면 하는 체면치레용 행사가 된 듯하다. 고민할 것이 있다면, 대선 이후 한국의 정당 역사에 어떻게 진보의 싹을 유지하느냐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이대로 총선까지 가면 보수 양당 구도가 현실이 되며 진보정당들은 군소정당으로 남는 비운의 역사가 될 것이라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제 단일화를 한다 해도 시간적으로나 의미상 그리 파괴력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선거는 고작 일주일 남았고, 국민은 이미 백마 탄 초인을 기다리다 지쳐 버렸다. 단일화를 둘러싸고 지루하게 벌어진 논박과 공박으로 ‘빈정 상한’ 국민이 되어 버렸다. 마음은 화석처럼 굳었고 당장 어떤 위로의 방책도 없을 듯하다. 이런 상태에서 ‘자신으로의 단일화’라는 덫에 갇힌 후보들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자랑스러울 만큼 높지도, 오차범위를 훨씬 뛰어넘지도 못한 지지율이면서 이 알량한 수치를 바탕으로 여론의 다수는 자기 편이라는 판단 앞에서 아무것도 포기하거나 내던질 자세가 없는 후보가 한쪽에 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여유는 느껴지지만 정말이지 ‘차별 없는 성장’ 속에서 국민들의 ‘행복한 가족시대’가 열릴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 있다는 정치꾼답지 않은 정치가의 모습은 느끼기 어렵다. 그 반대편에는 완고한 비타협의 선지자가 있는 듯하다. 자신이 불세출의 구원자가 될 수 있다고는 말하지만 그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국민의 삶과 생활 속에서 설득된 적은 없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이념적 자위행위에 익숙한 ‘좌파 모험주의자’인 듯하다. 원칙의 선명성을 무기로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을 설득하지 못했다.

분명 양 진영은 야누스의 두 측면을 각기 동시에 지닌다. 과거 실정의 책임과 함께 현실 정치세력으로서의 일정 기반을 지닌 한쪽 진영. 미래적 가치는 있으나 미래세력으로서의 검증은 받은 적이 없어 불안한 또 한쪽 진영. 이들이 상대의 단점을 탓하며 서로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바에야 두 진영의 미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가 지니지 못한 장점, 즉 현실 정치세력 기반을 지닌 세력으로서, 그리고 미래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세력으로서 각자를 인정하는 순간 두 진영의 앞길은 동시에 열리는 것이 아닌가?

사실 표방한 정책으로 본다면야 두 후보는 다를 것이 없다. 반부패와 국가청렴도, 국가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에서부터 중소기업 강국, 평생학습 사회, 비정규직 해소 등을 정책의 핵심 표어로 한다는 것도 그렇다. 소소한 정책으로 들어가면 무상보육, 무상교육, 영어국가책임제, 대통령 4년단임제 등 동일한 선상의 정책투성이다. 결국 국민의 눈에는 개혁 성향의 국민기반이라는 공동의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샴쌍둥이인데, 서로를 끌어안지 못하는 불행한 형제다. 이런 샴쌍둥이의 말로는 뻔하지 않은가?

문국현, 정동영 두 후보는 오늘 아무런 조건 없이 무조건 머리를 맞대고 마주 앉아라. 그리고 결론을 내기 전까지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마라. 사전조율, 단일화의 사전조건, 형식적 예우 … 이런 것에 연연할 여유가 없다. 오직 두 사람만이 외로이 마주하여 역사와 국민 앞에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불꽃처럼 산화할 각오가 있다면 아직 마지막 불꽃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적어도 선거에서는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처절한 민심의 배반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분명 불꽃임이 틀림없다.

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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