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대통령을 뜻하는 영어 프레지던트(president)는 라틴어 프라에(prae, 앞)와 세데레(sedere, 앉다)의 합성어를 어원으로 한다. 곧, 행사나 모임에서 앞에 앉아 주재하는 사회자 또는 의장이 프레지던트다. 식민지 시절 미국 13개 지역 지도자 모임의 의장 역시 프레지던트였다. 이후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이를 이어받아 연방 정부 수반을 프레지던트라고 하게 됐다. 영어권에는 프레지던트가 흔하다. 기업이나 시민단체의 책임자도 프레지던트다.
반면 대통령(大統領)은 국가 원수만을 지칭하는 권위적 용어다. 조선시대 중간급 직책이던 통령(거느리는 사람)이 정치적 의미를 얻은 것은 1894년 동학혁명 때다. 동학의 본부조직인 북접이 전라도 지역에 많은 병력을 보냈는데, 그때 총사령관인 손병희(1861~1922)의 직책 이름이 ‘북접 통령’이었다. 그러다가 1948년 나라를 새로 만들면서 ‘크고 강력한 통령’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국가 원수를 대통령이라고 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889년 고종이 미국 주재 전권대신으로 있다가 돌아온 박정양에게 미국에 대해 묻는 내용에서 대통령이라는 표기가 처음 나온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이자 양당제가 정착된 미국에선 대개 50%대 초·중반의 득표율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1964년 선거에서 린든 존슨 민주당 후보가 얻은 61.1%가 최고 득표율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민주), 리처드 닉슨(공화) 후보도 60% 남짓한 표를 얻었다. 하지만 득표율과 대통령 업무 수행 실적은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에선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2002년에 얻은 48.9%가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최고치다. 17대 대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거느리는 사람이든 의장이든 잘 따져보고 뽑을 일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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