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사람이름] 장보고·논복 / 최범영

등록 2007-12-17 19:19

사람이름
<삼국유사>에는 신라 때 아비 없이 아이를 낳은 홀어미 이야기가 있다. 경주 만선 뒷마을에 홀어미가 있었는데, 남편 없이 아이를 배었다. 태어나 열두 살이 되었는데도 말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해 蛇童(사동)이라 불렀다. 달리 蛇卜/蛇伏(사복), 蛇巴(사파)로도 불렸다고 한다. 장보고의 이름은 본디 弓福(궁복) 또는 弓巴(궁파)였다. 경주에 ‘너보’라는 곳이 있는데, 仍甫(잉보)로 적으며 <세종실록 지리지>를 보면 옛날에는 仍巴(잉파)로 적었다고 한다. 고대에 巴(파)의 소릿값은 ‘보’로, 蛇童(사동)은 ‘ㅂ.얌복/ㅂ.얌보’, 장보고는 ‘활복/활보’였다. 요즘 울보와 ‘울배기’가 함께 쓰이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신라말에서 ‘복’ 또는 ‘보’는 아이(童)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복’(卜/福)은 조선 때도 이름접미사로 쓰였다. 복이·개복·귀복·귿복·금복·논복·늦복·니복·덕복·돌복·동복·막복·만복·박복·산복·쇠복·언복·엇복·년복·은복·이른복·잠복·진복 따위 사내이름과, 논복·늦복·덕복·도복·만복·알복·앙복·일복과 같은 계집이름이 있다. 사내·계집이름에 두루 쓰인 ‘애복이’는 ‘애보기’처럼도 느껴지니 애달프다.

고려 때 호적과 조선왕조실록에 巴只(파지)라는 말이 보이는데, ‘복이/보기’를 적는 것이다. <태종실록>에 앞 왕조(고려) 제도를 이어받아 잔심부름하는 사내아이를 보기(巴只), 안에서 소제하는 계집아이를 무수리(水賜伊)라 하는데, 이들이 드나들며 궁중 얘기를 바깥으로 퍼뜨리니 임금이 신경 쓰인다고 했다. 궁중말 ‘보기’는 신라말의 자취로 보인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