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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투표의 가치 / 여현호

등록 2007-12-19 18:33

여현호 논설위원
여현호 논설위원
유레카
기원전 4, 5세기 아테네 일용 노동자의 하루 평균 품삯은 1드라크마, 곧 6오볼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는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 뒤의 아테네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들(전쟁 뒤 국정 논의가 가능했던 복권 시민들)은 처음에는 민회 참석에 대한 수당을 받으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민회에 출석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의장단은 법률을 제정하려면 이들 시민의 출석이 필요했기 때문에 출석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리우스는 민회 출석에 1오볼을 주도록 했고, 헤라클리데스는 2오볼로 인상했으며 … 그 뒤 아기리우스는 다시 3오볼로 인상했다.”

한나절 품삯이 정치 참가 수당으로 지급된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때는 6오볼로 올랐다. 당시 아테네에서 참정권이 있는 공민(demos)은 3만~4만명이었다는데, 민회 회의장인 프닉스(Pnyx)의 좌석수는 1만8천석에 불과했고 회의가 성립하는 정족수도 대개 6천명이었다고 한다. 불참자가 이미 상당히 많았던 모양이다. 민회 참석자 수를 채우고자 물감을 칠해 채 마르지 않은 긴 로프를 휘두르면서 시민들을 프닉스로 몰고가는 풍경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 독립 전인 17세기 뉴잉글랜드의 식민지 촌락 의회에선 정치 불참자한테 벌금을 받았다. 1642년 뉴헤븐 촌락 의회는 개척민 가운데 의회 출석을 통지받고도 불참한 사람에게는 1실링을, 한 번 경고를 받고도 또 불출석한 자유민에겐 1.6실링의 벌금을 물리기로 결정했다. 당시 최고가 기호품이었던 홍차 1파운드의 영국내 가격이 1실링이었다니 적은 돈이 아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낮다. 옛날처럼 투표에 수당이나 벌금을 매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몇 해 뒤 오늘 이 한 표의 값어치는 얼마로 계산될까 궁금하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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