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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흙성과 가린여흘 / 허재영

등록 2007-12-19 18:35

땅이름
용비어천가는 세종 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새 글자의 실용 가능성을 실험함과 동시에 조선 왕조의 개국을 정당화하고자 정인지·최항 등에게 일러 편찬하도록 한 노래다. 이 노래에는 조선 왕조를 열기까지의 6대조 역사가 기록됐는데, 그 가운데 땅이름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많이 남아 있다.

제9장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도적을 토벌하실새 사방의 제후들이 모이더니 성스러운 덕화가 오래되어 서방 오랑캐도 또 모이니, 의를 내세워 군사를 거느릴새 천리 인민이 모이더니 성스러운 덕화가 기프셔서 북쪽 오랑캐들이 또 모이니”라는 노래는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과 관련된 노래다.

이 노래에는 위화도에서 돌아오는 군대가 지나간 땅이름이 나타나는데, 회군하는 군사들이 안주, 자주, 이성(흙성), 평양, 중화군, 기탄(가린여흘)에 이르기까지 백성들의 환영을 받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진군하였다고 한다. 이 기록에서 이성(泥城)은 ‘흙성’, 기탄(岐灘)은 ‘가린여흘’이라는 한글로 표기하였다. 이처럼 용비어천가 곳곳에는 토박이말과 한자어의 대응관계를 한글을 사용하여 나타낸 경우가 많다.

‘가린여흘’을 ‘기탄’으로 옮긴 것은 ‘가린’이 ‘가르다’에 해당하는 ‘가ㄹㆍ다’에서 비롯된 말이므로 둘 이상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임을 짐작게 한다. 이처럼 ‘가린’이 들어가는 땅이름은 ‘가늘다’는 뜻을 지닌 경우와 ‘가르다’의 뜻을 지닌 경우가 있다. ‘강’을 뜻하는 ‘가ㄹㆍㅁ’이 ‘가르다’와 관련이 있음은 널리 알려진 것과 같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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