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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생명권 존중이 ‘0순위’여야 합니다 / 김상종

등록 2007-12-19 18:39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외환위기 이후, 환경문제 하면 사치쯤으로 여깁니다. 최근 몰아친 부동산 투기 광풍은 환경문제를 마치 경제성장의 걸림돌인 양 치부합니다. 국립공원조차도 아깝게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동해안과 남해안, 새만금의 땅을 마음대로 재빠르게 개발하는 특별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도 과감히 생략한답니다. 경부운하 건설이니 새만금에 골프장 100개를 짓자는 허황한 대선공약들도 당당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선출되었습니다. 표심을 잡기 위한 장밋빛 공약으로부터 냉철한 현실로 돌아와 이제는 차분하게 우리의 앞날을 정리하고 중장기 목표를 재설정할 때입니다. 2013년부터 이행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2009년까지 결정됩니다. 기후변화는 생존의 문제여서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을 매우 다른 형태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이미 석유위기와 곡물가격 폭등은 징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이 세계 9위, 석유소비량 세계 6위입니다. 국민 1인당 에너지 사용량과 에너지 원단위가 선진국보다도 높은 것은 과도한 에너지를 저효율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 사용량 감축은 결국 산업구조, 교통수단, 생활양식 등 경제구조의 큰 변화를 수반합니다. 대통령 당선자는 탄소세 도입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 방식의 소극적 대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저에너지 고효율 사회’로 근본적인 체질 전환을 시킬 구체적인 방안을 서둘러 주기 바랍니다.

대선 후보들이 국토보전 공약을 내걸 때 소속 정당들은 국립공원 8곳, 자연공원 29곳을 맘대로 훼손할 수 있는 악법을 지지했습니다. 이런 모순은 부동산 투기가 압도하고 있음을 역설합니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개발업자 뒤에는 생계를 잃고 떠나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처지의 새만금 어민들이 있습니다.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사전예방 원칙’이 보장되는 국토관리 체계가 필요합니다. 몇몇 정당들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듯, 무분별한 개발을 조직적으로 도모하는 건교부 및 토지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농업공사 등 비대한 정부구조를 21세기 지식경제형으로 개편해야겠습니다.

궁극적으로 경제성장과 개인 행복의 목표는 건강입니다.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 안전성 확보는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농수축산물을 키우는 물과 토양과 공기 오염은 끝내 우리의 입을 타고 들어옵니다. 먹거리를 둘러싼 환경오염 현황과 관리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진국 수준의 관리기준을 준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먹거리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독립적인 별도의 감시기구 도입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약자가 환경오염의 피해를 더 입는 교과서적 사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자녀들의 혈중 납 농도가 30%까지 더 높게 나왔습니다. 납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지능 저하를 일으키며 평생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들이 왜, 어떻게 오염됐는지 우리 사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원인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산층 이상이 건강에 안전한 환경에 사는 것도 아닙니다. 중·상층이 몰려 사는 서울 강남 주택가의 대기오염은 공장지대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아토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은 고급 주택가에도 흔합니다.

주머니가 아무리 두둑해도 고통 속의 암환자가 행복할 수 없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 국토관리 정책, 안전 먹거리를 지키는 구체적 정책은 결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챙겨주는 일임을 대통령 당선자도 아실 겁니다.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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