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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 당선자는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등록 2007-12-19 21:05

사설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선거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고도 마침내 승리한 이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뜻을, 그리고 마지막까지 선전한 여러 후보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비비케이(BBK) 의혹을 비롯한 여러 가지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이 당선자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그만큼 컸음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외환위기라는 미증유의 국가적 재난을 겪은 우리 국민은 5년 전 삶의 질 개선에 대한 희망을 품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겠다는 노무현 정권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결과로 나타난 것은 실망이었다. 허울좋은 경제지표와 달리 부동산 가격 폭등, 자영업자의 몰락, 비정규직 양산 등 서민과 중산층의 삶은 더욱 악화됐다. 노 정권이 내놓은 개혁조처의 상당수는 말만 무성했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 대한 불만이 정권 심판론으로 나타났고, 그 어느 것으로도 이를 꺾을 수 없었다.

이 당선자가 유념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민심이 이 당선자를 선택한 것은 이 당선자 자신의 능력이나 도덕성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라기보다는 ‘회고적 투표’라는 평가에서 확인되듯이,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 의지의 표현이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갈 곳은 제1야당인 한나라당밖에 없었고, 이 후보는 여러 흠결에도 불구하고 이 당이 선택한 후보였던 때문이다. 역대 대선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 역시 민심이 이 후보를 흔쾌히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혹여라도 이 당선자가 득표율에 자만해선 안 될 이유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오늘 이 당선자를 선택했던 민심은 당선자의 국정운영 성과나 방향에 따라 급변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길

그러므로 이 당선자가 해야 할 첫번째 과제는 상처받고 고통받는 중산층·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기업인 출신으로, 스스로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이 후보이기에 국민이 거는 기대도 각별하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국제적으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중국발 인플레이션 우려 등 낙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는데다 국내 경제여건도 만만치 않다. 선거 과정에 내놓은 7·4·7 정책을 포함한 경제 관련 공약의 현실성을 충분히 재검토해 국민을 다시금 실망의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성장 일변도의 정책만으론 현재의 심각한 양극화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두번째로는 노무현 정권 이래, 그리고 선거과정에서, 심화돼온 내적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는 일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경제·교육·환경 등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심각한 이견과 갈등이 존재했고, 그 이견과 갈등을 풀어나가는 합리적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여론구조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이제 한 정당의 후보를 넘어 국가 전체를 아울러야 할 위치에 섰다.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과정에서 논란이 분분했던 대운하 공약이나 자립형 사립고 확충 등 교육정책, 그리고 신문방송 겸영허용 등 언론정책은 재검토하기 바란다. 이 당선자의 공약 속에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다분히 포함돼 있기에 하는 말이다.

셋째 김대중 정권 이래 어렵사리 진전시켜온 남북 관계를 한층 심화·발전시켜야 한다. 이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남북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선 6자 회담의 진전과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새로운 평화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었다. 새 정권은 평화분위기 조성에 주도적으로 나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구축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한나라당도 과거의 수구적 이미지를 벗고 국민의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적 접근이 한나라당의 변화를 추동할 것으로 기대한다.

BBK 의혹 풀어 신뢰 얻어야

넷째, 이제 겨우 싹튼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일부에선 마치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 것처럼 생각하고 있으나, 새해 정부 수립 60돌을 맞는 우리 나라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했던 것은 1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권력 등 힘을 사회적 갈등 해소의 주요수단으로 여기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당선자의 이런 인식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외국 언론의 분석도 낳았을 터이다. 그러나 피땀 흘려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 당선자가 이런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려면 비비케이 사건을 비롯한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받아들인 특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해 제기된 의혹을 확실히 소명함으로써 뒤탈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선거과정에서처럼 어설픈 거짓으로 미봉하려고 하다간 집권 기간 내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우리에게 앞으로 5년은 결코 낭비해선 안 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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