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님께 / 조국

등록 2007-12-20 18:15수정 2007-12-20 18:48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시론
먼저 이명박 후보님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합니다. 가족의 위장전입과 자녀의 위장취업이 확인되었고, 도곡동 땅과 비비케이(BBK) 실소유 의혹은 선거 직전까지 논란이 되었지만, 당선자는 투표자의 거의 절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습니다. 왜 다수 유권자는 당선자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낮은 잣대를 사용하며 관대함을 보였을까요? 사실 노무현 정부 아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안착되고 양적인 경제성장도 이루어졌는데 말입니다.

그것은 고용불안과 양극화는 심화되고, 집값은 치솟고, 사교육비 부담은 커지는 등 서민의 삶이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집권세력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내놓았고, 내부분열과 봉합의 정치공학에 바빴습니다. 그 결과 국민의 믿음을 잃고 무참한 패배를 자초한 것입니다.

현재 한나라당은 온통 축제 분위기입니다. 사실 이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은 지방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제 당선자의 대통령 당선으로 중앙정부까지 장악하였으니, 오는 4월 총선에서만 승리하면 완벽하게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셈이지요.

그런데 당선자가 축배를 즐기고 있을 때만은 아닙니다. 선거 기간 비비케이 공방 때문에 당선자의 정책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국민은 당선자가 어떤 방식으로 경제를 살릴 것인지, 성장의 과실을 누구에게 주는 정책을 택할 것인지 주목할 것입니다. 특히 당선자가 재벌 편향의 성장일변도 경제정책을 추진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만약 당선자가 서민들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정책을 취한다면 민심은 등을 돌릴 것입니다. 당선자는 선거용 광고에서 유세 도중 서민들의 “살려 주이소”라는 호소를 듣고 울었다고 하였습니다. 당선자가 이러한 절박한 호소를 항상 되새기길 고대합니다.

당선자는 우리 사회를 여러 차원에서 ‘우향우’시킬 것임을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향이 도를 넘는다면 사회갈등은 재개될 것입니다. 예컨대, 남북관계를 냉전적 기조로 끌고 가 한반도 평화를 흔들리게 한다면, 기업범죄는 솜방망이로 토닥거리고 노동자 파업에는 쇠방망이를 휘두른다면, 그리고 환경파괴가 예상되는 대운하 공사를 밀어붙인다면 말입니다. 폭발성 사회 현안에 대하여 당선자의 별명인 ‘불도저’같은 해결방식이 동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편, 당선자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선 직전에 통과된 특별검사법에는 당선자를 반대하는 진영의 정치적 이해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데는 당선자 자신의 언행 탓도 분명히 있습니다. 논란이 많은 검찰수사에서도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당선자의 친형 이상은씨가 아니며, 그땅을 팔아 받은 돈이 비비케이로 흘러 들어갔다는 점은 확인되었지요. 당선자가 비비케이 주가조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회사를 홍보하며 투자를 권유하러 다녔던 것은 사실이지요. 만약 이 당선자가 장관 후보였다면 언론과 국회의 검증과정에서 낙마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당선자는 자신에 대한 비판과 특검 수사에 겸허하게 임해야 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합니다.

당선자는 2위 후보와 압도적 격차를 벌렸고, 개혁·진보진영 후보들의 표 전체를 합한 것보다 많은 지지표를 얻었습니다. 이는 당선자의 정책추진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 될 것이지만, 동시에 당선자의 오만과 독선을 부추기는 요인도 될 것입니다. 당선자가 이 점을 유의하면서, 자신이 약속한 “성공시대”가 진정 국민 전체의 “성공시대”가 되도록 노력하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