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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과메기 / 김지석

등록 2007-12-27 19:05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그것은 동해 바다의 비릿한 풍경에서 비롯되어 아스라한 향으로 마무리되는 오묘한 맛의 정점에서 종합된다. …가히 그것은 두름으로 꿰어진 채 바다의 생명력을 흡인하면서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여 얻어진 숙성된 시간의 맛이라 할 수 있다.” 한 문학 사이트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과메기의 추억’(이기황)의 일부분이다.

과메기의 어원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 꼬챙이 같은 것으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의 관목(貫目)이 관메기를 거쳐 과메기가 됐다는 설명이 정설로 돼 있다. 하지만 거꾸로 순우리말인 과메기를 비슷한 발음의 한자로 옮긴 게 관목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관목은 ‘말린 청어의 두 눈이 서로 통해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뜻한다는 옛 기록도 있다. 실제 과메기를 만들 때 끈이나 새끼줄로 몸뚱이를 묶지 눈을 꿰지는 않는다.

예로부터 말린 청어(건청어)는 궁중에 진상되는 고급 식품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왕이 신하나 대마도주 등에게 건청어를 주라고 지시한 기록이 여러 차례 나온다. 청어는 ‘선비를 살찌게 하는 물고기’(肥儒魚)로 꼽혀온 생선이다. 하지만 이젠 청어가 잘 잡히지 않아 북태평양 꽁치로 과메기를 만든다.

과메기 주산지는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이다. 이 지역의 적당하게 추운 바닷바람 속에서 며칠간 얼었다 녹았다를 되풀이하면 기름기가 반지르르 도는 과메기가 탄생한다. 향토 별미인 과메기는 최근 참살이 바람을 타고 급성장했다. 구룡포 쪽은 올겨울에 6천여톤을 생산해 6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과메기 하면 생각나는 이가 포항과 인접한 경주의 최 부자다. 청부(淸富)로 이름 높았던 그는 어떤 손님도 소홀하게 대하지 않았는데, 필수 접대품목 중 하나가 과메기였다. 과메기의 본거지 포항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최 부자보다 더 넉넉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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