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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국책개발 사업에 대한 맹신 / 김상종

등록 2008-01-07 18:53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이 대운하를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섬뜩한 두려움이 느껴진다. 맹신. 거듭된 여론조사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거망동을 거부하고 신중한 결정을 원하고 있으며 당선 전에는 본인도 그렇게 말했다. 심지어 이명박을 선택한 많은 유권자들도 불도저식 추진을 반대하고 있으니 조금만 객관적으로 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게 무언지 쉽게 알 수 있는데도 무엇이 당선인과 그 주변 인물들을 이토록 맹신토록 만드는지 궁금하다.

대운하 개발예정지 지역에 대통령선거 전부터 이미 매물이 자취를 감춰 10배까지 땅값이 올랐고, 기획부동산의 활동이 빈번하고 앞으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으로 당연시되고 있다. 인수위 대운하팀장이 대형건설사 대표와 만난 이후 건설사들이 추진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익성 확보를 요구한다는 소식과 함께 하천터 개발권을 준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의 데이비드 엘든 공동위원장도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프로젝트의 외자유치는 그만한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명박 당선인이 15조원의 경부운하 공사비 중에서 8조원은 골재 채취로 나머지는 민간자본 유치로 해 정부 재정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온 주장과 다르다. 이제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보장해 주어야 시작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뉴딜 정책식 대형 토목공사를 통한 경기부양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보면 결국 진정한 수혜는 부동산 소유자, 투기꾼, 건설사들의 몫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기열풍에 의한 피해는 최근 경험으로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민자유치와 외자유치 사업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이제까지 사회기반시설의 민자유치 사업을 보면, 손실보전을 전제하여 세금으로 건설사들의 배를 불려 온 사례가 많다. 감사원 자료를 보면 인천공항고속도로는 2001년부터 5년 동안 4817억원,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는 2003년부터 3년 동안 1180억원의 이익을 국민 세금으로 보장받아 왔다. 이런 폐해 때문에 운영수입 보장제도를 폐지하였더니 건설사들은 대운하사업 참여에 수익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외자유치도 지난 가을 정기국회에서 논란이 있었던 서울 상암동 디엠시,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특례임대 사례나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에서 보듯 투자내용이나 실익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여기에 엘든 공동위원장도 외자유치의 전제로 수익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대운하뿐 아니라 새만금과 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이명박 정부의 3대 국책사업이 모두 비슷한 성격의 개발사업이라는 점이다. 40조원에 이른다는 이 사업들도 민간자본과 외국자본을 유치하여 추진하겠다고 한다. 참여하는 민간과 외국 자본에 어떤 수익을 보장해 줄 것인가? 그러고도 추진할 가치가 있을 만큼 어떤 실익이 국민들에게 과연 돌아올 수 있는지 앞으로 꼼꼼히 따져 볼 게 참 많다.

5년의 국정운영에 4월 총선에서의 과반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1천㎞의 대운하 인접지역, 전북 새만금, 충청지역의 과학비지니스벨트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초기부터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모습이 전국적으로 땅 부자 등 지역 유지들과 투기꾼, 건설사들을 지지 세력으로 견고하게 결집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정치적 판단 이외에는 맹신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 더욱이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낮은 현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근본적 치유보다는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접근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을 보면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 확보는 벌써 물 건너가는 느낌이 든다.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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