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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시장의 법칙 / 정남기

등록 2008-01-07 18:57

정남기 논설위원
정남기 논설위원
유레카
18세기 말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진흙탕 길이었다. 아침이면 인력시장처럼 사람들이 길거리에 모여 주식과 채권을 사고 팔았다. 1792년 존 서턴이란 사람이 낮 12시에 일제히 호가를 내는 방식으로 경매를 부쳤다. 길거리 경매소는 초반에 인기를 끌었으나 곧바로 경쟁력을 잃었다. 다른 사람들이 낙찰 가격만 확인하고 낮은 수수료로 손님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24명의 중개인들이 다시 모였다. 이번엔 수수료율에 합의하고 거래 규약을 만들었다. 계약 불이행자를 추방하는 강력한 규제도 만들었다. 이후 월스트리트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장소는 길거리에서 카페, 신축 건물로 옮겨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이렇게 탄생했다.

영국 민속 풋볼은 애초 규칙도 심판도 없는 난장판이었다. 무조건 힘으로 공을 뺏는 게 전부였다. 축구라는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한 것은 19세기 말 경기 규칙이 제대로 만들어진 뒤부터다. 규칙이 정해지자 기술이 구사되고 경기에 재미가 붙은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규제 완화와 시장경제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기업 관련 규제를 다 없앨 기세다. 그러나 인수위는 시장 원리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시장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지만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이다. 시장의 규칙을 불필요한 규제라고 착각해 흔들어 버리면 시장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손님들은 떠나간다.

금산분리 완화로 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딱 그런 꼴이다. 선수가 심판을 겸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은행은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리스크가 커지면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 대주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시장경제를 외치는 인수위원들이 기업의 은행 소유야말로 가장 반시장적인 제도가 될 것이란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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