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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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통령 예비선거(primary election)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다. 당원대회(caucus)도 있으나 절대 다수의 주가 예비선거로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 예비선거는 공영이다. 정당 후보를 뽑는 행사임에도 주 법률에 따라 각급 정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한다. 지난 8일 치러진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는 지구촌 전체의 주목을 받았다. 이 주는 ‘전국 첫 예비선거’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비선거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친 진보시대(Progressive Era)의 성취물이다. 1910년 오리건주에서 처음 도입돼 1920년까지 스무 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 침체기를 맞아 1960년대까지 10여 주에서만 시행됐다. 부흥의 계기는 1968년에 왔다. 민주당전국위원회의 예비선거 강화 권고를 많은 주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공화당도 뒤따르면서 지금과 같은 체제가 갖춰졌다.
예비선거 방식은 주마다 다르다. 크게는 유권자가 같은 당 후보한테만 투표하는 폐쇄형과 그렇지 않은 개방형으로 나뉜다. 개방형일 경우, 본선에서 손쉬워 보이는 상대 당 후보를 찍는 몰아주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 주류 정당인 민주·공화당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져 무소속 후보는 설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다. 또 주별 선거 일정은 6월까지 잡혀 있으나 2월이면 후보가 사실상 결정돼 이후 선거는 김이 빠지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여러 개혁안이 나왔다. 작은 주에서 큰 주 순서로 여러 그룹을 만들어 선거를 치르는 안, 서부·중서부·남부·북동부 등 네 지역으로 나누는 안, 추첨으로 주별 선거일을 결정하는 안 등이 그것이다. 한 세기에 걸친 미국의 예비선거 역사는 민주주의가 미완성품임을 보여준다. 최근에야 예비선거를 본받아 국민 경선을 도입한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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