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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아들아, 딸아? / 최인호

등록 2008-01-10 19:10

언어예절
아들은 아비를 아버지라 부르면서 왜 아비는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않는가? 아버지·어머니(아빠·엄마)는 처음 배워 익힌 말이어서, 자라서는 아비어미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 어려운 까닭이다. 아비는 한 사람이고 아들딸은 여럿이기도 하여 저마다 이름을 지어 부르는 까닭도 있다.

자기를 낮추어 남을 높이고, 남을 높여 자신을 낮추는 말씨가 아름답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얘는 제 아들놈이고, 쟤는 제 딸년입니다.” 요즘 어른 앞에서 자기 아들딸을 가리켜 이런 식으로 소개하는 어버이가 몇이나 될까? 세태가 달라져 꼭 이렇게 쓰라고 가르쳐도 먹힐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아들아, 세상은 험한 곳이란다/ 아들아, 너마저?/ 고맙다 아들아!/ 내 아들아, 너는 …/ 아들아, 아빠 다녀올게/ 날아라 아들아, 아버지가 뒤에 있다/ 내 아들아,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니!/ 아들아 아들아 ….”

여기에는 서양 역사책, 번역 성경, 책 제목, 언론 기사, 편지글, 직접 하는 말들이 섞여 있다. 시·노래·구호에서 젊은이를 ‘아들아! 딸들아!’처럼 싸잡아 묶음으로 불러 쓰는 정도는 자연스럽다.

집안에서는 ‘큰얘야! 막내야!’ 식으로 친근하게 부르지만 ‘큰아들아!, 막내딸아!’로 부르지는 않는다. 어릴 때는 이름을 부르고, 어른이 되어도 그저 ‘야야!, 얘야!’ 정도다. ‘아이고 내 아들아!’ ‘아이고 내 딸아!’는 몹시 반갑거나 슬플 때 분별심을 잃은 채 터뜨리는 말이다.

신문·방송에서 깨뜨리기를 즐기지만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게 말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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