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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갈퀴 / 이재무

등록 2008-01-13 18:51

시인의마을
흙도 가려울 때가 있다

씨앗이 썩어 싹이 되어 솟고

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속 파고들 때

흙은 못 견디게 가려워 실실 웃으며

떡고물 같은 먼지 피워올리는 것이다

눈밝은 농부라면 그걸 금세 알아차리고

헛청에서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 갈퀴 깨워

흙의 등이고 겨드랑이고 아랫도리고 장딴지고


슬슬 제 살처럼 긁어주고 있을 것이다

또 그걸 알고 으쓱으쓱 우쭐우쭐 맨머리 새싹은

갓 입학한 어린애들처럼 재잘대며 자랄 것이다

가려울 때를 알아 긁어주는 마음처럼

애틋한 사랑 어디 있을까

갈퀴를 만나 진저리치는 저 살들의 환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사는 동안 가려워 갈퀴를 부른다

-시집 <저녁 6시>(창비)에서

이재무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3년 <삶의 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집 <섣달 그믐> <벌초> <푸른 고집> 등을 냈다.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윤동주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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