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민/한신대 경상대학 교수
기고
자고로 무리와 억지, 그리고 사리에 맞지 않을 때 우리는 “배가 산으로 간다”고 말한다. 국민의 기대를 모으고 출범할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기도 전에 “배를 산으로 끌고 가겠다”고 선언해 많은 사람들을 걱정하게 한다. 말할 나위도 없이 이것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고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며 상식을 벗어난 행위다.
한반도 대운하는 말 그대로 배를 산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다. 토목기술과 첨단설비로 자연을 굴복시켜 온 세계에 코리아의 힘을 과시하려는 치기의 소산이다. 배를 산으로 끌어올리려면 거대한 자연의 힘을 압도해야 한다. 그 힘은 결국 돈에서 나온다.
자연의 힘과 돈의 힘이 맞서려는 것이다. 수십조원의 돈을 요한다. 댐을 만들고 터널을 뚫고 강 밑을 파고, 기존에 있던 다리를 부수며 계곡에 물을 채운다고 한다. 그리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만들 대운하는 물류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30년 이상을 현장과 책상에서 운송과 물류를 관찰하고 연구한 나는 경부운하를 이용할 화주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운하추진팀은 경부 화물의 80%가 운하를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지금은 14%로 낮춰 말한다. 잘하면 40%도 가능하다고 소망한다. 주먹구구로 출발해서 80%, 40%, 14% 등으로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14%의 근거는 독일·네덜란드 등의 이용률을 원용한 것이다. 한마디로 사업의 첫걸음인 수요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가 운하 이용률의 준거로 삼을 것은 경부운하와 성격이 비슷한 부산~인천의 연안해운이어야 한다. 연안해운은 정부의 연료보조금을 받는데도 화물이 없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도로와 철도보다 운임이 싼데도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려 화주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운하추진팀은 2020년 경부 화물이 3배로 늘어난다는 예측치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시계열 기법에 의한 물동량 예측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설령 3배로 늘더라도 20조원을 투입해 건설한 고속철도(KTX)가 2011년 완전 개통되면, 경부철도가 그 물동량을 소화해낼 수 있다. 고속철도 공사를 시작할 때 경부 화물을 철도가 맡기로 했다. 그래도 부족하면 연안해운을 재개하면 된다. 경부운하는 운송과 물류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다.
운하추진팀에서 제시한 건설비용 18.3조원의 1년 금융비용(6%)만 1조원이 넘는다. 무엇으로 1조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경부간 컨테이너 화물은 절대 운하로 가지 않는다. 여름철 홍수에 해발 110m의 격류를 타고 운항할 바지선에 귀중한 화물을 실을 화주는 없다. 화물도 돈처럼 겁이 많다. 몇만원 아끼려고 귀중한 재산을 느리고 위험한 운하에 맡기지 않는다.
운하는 연안해운보다 더 느리고 더 위험하고 도착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 운하는 도로, 철도, 연안해운 가운데 가장 열등한 운송로다. 돈 한푼 안 들이고 툭 트인 바닷길 해상고속도로를 마다하고, 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비좁고 위험한 운하를 만들어 배를 산으로 끌고 가려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피치 못해 자연과 하늘에 도전해야 할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자연에 순응해 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자연은 인간에게 자비롭지 않다. 550㎞ 어디선가 언젠가는 재앙을 일으켜 그 위력을 보일 것이다. 인간은 정상에 있을 때 가장 위험하다고 선현들은 경고했다. 국민은 이명박 당선인이 순리를 따르고 겸허한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 흥하고 거스르는 자 망한다 했다.
임석민/한신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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