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통폐합 부처 ‘기록물 대란’ 막아야 / 전진한

등록 2008-01-16 20:10

전진한/(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전진한/(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기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행 18부4처18청10위원회인 중앙 행정조직을 13부2처17청5위원회로 축소 조정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 국회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겠지만 어떤 방식이든 정부조직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정부조직 개편이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면 좀더 신속하고 덜 혼란스럽게 개편돼야 한다. 정교한 정부조직 개편을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부 부처들이 생산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들의 인계·인수 문제를 포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폐지 및 통폐합이 확정된 기관에서 생산 및 관리하고 있는 기록은 엄청난 양이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 없이 정부 부처가 통폐합되면 기록관리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차기정부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선 미등록 기록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기록물관리법이 제정되고 기록관리 실태가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에서는 민감한 기록을 생산한 뒤 등록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미등록 기록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기록들은 부처가 통폐합되면 등록하지 않고 무단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미등록 기록 중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록이 많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할 것이다. 따라서 통폐합 결정이 난 부처에 대해서는 미등록 기록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부처가 통폐합되면 기록관리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기록물 관리를 규정하고 있는 기록물관리법 제25조에는 공공기관이 폐지된 경우에 그 사무를 승계하는 기관이 없는 때는 폐지되는 공공기관의 장은 지체 없이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 기록을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부처가 폐지될 때는 현재 행정자치부 산하에 있는 국가기록원에서 기록을 이관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부처가 폐지인지 승계인지 경계가 모호할 때 이 문제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부의 경우, 일부 기능은 살리고 일부 기능은 폐지한다고 하면 사라지는 기능에 관한 정보통신부 기록의 관리 주체가 어디가 되는지 상당히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은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에서 명확히 판단해 기록관리 주체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합이 결정된 기관은 통합에 따른 기능 및 기록분류 기준을 신속히 변경해야 한다. 부처가 통폐합되면 현재 정부기능 분류를 규정하고 있는 정부기능분류체계(BRM)나 기록물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기록물분류기준표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작업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 오늘부터라도 정부에서 신속하게 변경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로 진행돼서는 곤란하고 여러 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기록은 유일본이라는 특성이 있어 한번 유실되면 회복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기록분류 체계가 흐트러지면 기록관리에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도 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은 후대를 위한 역사의 책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진한/(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