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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통일부 / 김지석

등록 2008-01-22 19:07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효과(effectiveness)는 목표를 얼마나 이뤘는지를 살피는 반면 효율(efficiency)은 투입량에 비해 얼마나 많은 산출물을 얻었는지를 따진다. 곧 효과는 목표 달성도와, 효율은 생산성과 연관된다. 방에 파리가 많이 있을 때는 파리약으로 한꺼번에 잡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아기가 자고 있을 때는 파리채로 한 마리씩 잡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은 효율을 제1원칙으로 한다. 그래야 비용을 줄이고 가격경쟁력을 높여 살아남을 수 있다. 반면 공익을 추구하는 정부는 효과를 중시한다. 효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다. 물론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면 효율이 높은 방법을 택해야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일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통일부 기능을 외교통일부·지식경제부·행정자치부·국가정보원 등으로 갈갈이 찢어놓는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는 그러면서 ‘통일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효과라는 말의 뜻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해야 할 판이다.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전담 부서를 없애야 정책 추진이 더 잘 된다니 말이다.

업무 분산은 효율 원리에도 맞지 않다. 한곳에 있으면 전문성이 높아지고 시너지 효과가 생기지만, 여러 부처에 쪼개놓으면 천덕꾸러기밖에 되지 않는다. 남북의 경제·사회가 상당히 깊은 수준으로 통합돼 분야별로 자생적 메커니즘이 정착되기 전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 적어도 통일이 될 때까지는 전반적 남북 관계와 통일정책을 조율하고 방향을 잡는 전담 부서가 필수적이다.

이 당선인은 효율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형 대통령을 지향한다. 대통령과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통일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걸 보면 최고경영자로서 자질에도 의문이 생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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