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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단말, 쓴말 / 최인호

등록 2008-01-24 19:52

언어예절
“단말은 귀에 달고 쓴말은 귀에 거슬리나 마음에 이롭다.”

‘좋게 말하기’도 어렵지만 ‘듣기 좋은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 단말을 감언·미언·감사, 아양·아첨·아유에다 입발림, 말치레, 립서비스 …처럼 갖가지로 달리 일컫는 걸 보면 우리나라나 동양 사람들은 단말·단소리를 오래도록 아랫길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쓴말·쓴소리란 ‘하기 거북한 말’, ‘듣기 싫은 말’로서 충언·고언·간언(諫言)·훈계 따위로 일컬어 윗길로 쳤다. 입바르고 부정적이며 비판적이어서 사랑·용기가 뒷받침돼야 하는 까닭이다.

요즘 ‘칭찬하기’ 바람이 부는 모양이다. 그것이 말할이, 들을이 두루 힘을 내게 하는 성금이 있다는 교육·심리 이론이 뒷받침되면서 학교 밖으로도 번지는 판세다. ‘듣기 좋은 말’ 하기다.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가려 추어올리고 치켜세우면 그만큼 자신감이 생기고 우쭐해질 터이다. 깔아뭉개고 나무라기만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일 수 있겠다. 칭찬에 인색할 일도 아니지만 말이 헤프다고 느껴지게 하거나 일삼아 한다면 이는 우스개로 떨어진다.

헐뜯고 흉보기를 즐긴다면 이는 ‘나쁘게 말하기’로서 쓴말과는 격이 다르다. 돌아서서 욕하기는 못난이한테 밴 버릇이다.

쓴말이든 단말이든 사물과 사람을 제대로 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다. 단말도 듣기에 따라 부끄럽고 거북할 때가 있고, 쓴말 또한 좋게 받아들이면 허물을 고칠 수 있다. 칭찬할 일은 칭찬하고 잘못된 짓을 했을 때는 나무라야 마땅하다. 대개는 단말을 먼저 하고 쓴말을 나중에 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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