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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남양주 촬영소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 유인택

등록 2008-01-25 19:47

유인택/기획시대 대표
유인택/기획시대 대표
기고
영화제작 일을 하다 보니, 남양주 종합촬영소를 자주 들르게 된다. ‘한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는 별명을 가진 이 곳은 40만평의 넓은 터에 3만평 규모의 야외세트와 6개의 실내 촬영스튜디오 등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작 시설이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일반 관람객의 방문도 받는다고는 하지만, 관람객의 수는 별로 많지 않은 편이다. 물론 영화 체험이 주 목적이 아니고 영화 촬영이 목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좋은 장소를 좀더 잘 활용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년, <화려한 휴가>를 제작한 ‘기획시대’는 영화 세트장을 촬영 후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했다. 황량한 벌판에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었음에도 20여만명이 관람했다. 영화사는 나중에 광주시에 기증하려 했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어려움에 부닥쳐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30억원을 들인 <화려한 휴가> 세트장의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 5월이 되면 다시금 전국에서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찾고, 그러면 수십만명이 역사의 현장이자 촬영 명소인 세트장을 찾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지금은 영화 테마파크의 대명사가 되어 있지만, 그곳 역시도 처음에는 그저 영화를 찍기 위한 촬영소일 뿐이었다. 오랫동안 영화 촬영만을 위해 사용해오던 스튜디오에서 수십년 전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기쁨을 넘어서 영화를 체험하는 기쁨을 찾아냈고 영화 체험을 위한 장치들을 개발하고 또 그 기쁨을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한 노력들이 오래도록 쌓여 오늘날의 영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국 영화의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관객들의 수준도 마찬가지다. 물론 작년 한해,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수년 만의 최저수준인 50.8%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한국영화 개봉 편수는 무려 100편으로 제작이 둔화되지 않았고, 올 한해 한국영화 중에 유달리 대작도 많고 기대작도 많다.

그러나 이 수준 높은 영화 팬들이 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한국 안에는 아직 없다. 국외 관광이 일반화되었다는 요즘, 한국인 중 국외에서 이런 체험을 하고 온 사람이 많아지고, 또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욕구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충족시켜줄 만한 영화 콘텐츠 산업은 빈약한 편이다. 영화 콘텐츠 산업을 구성하는 각각의 기본요소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가, 큰 시장 규모에 비해 영화 콘텐츠 산업 부문에서는 아직 많이 뒤처져 있다. 그러나 이미 엄청난 저변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영화산업 관련 인적자원에,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정보기술산업, 게임산업 등으로 발전하고 있는 콘텐츠 산업이 합쳐진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이 충분히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의력과 기술로 만든 문화 콘텐츠로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문화 콘텐츠를 관광상품과 연계시켜서 엄청난 수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러한 형태의 산업이 바로 대한민국이 지향하고 있는 21세기의 문화산업의 모습이 아닐까? 잠재력과 꾸준한 노력이 합쳐져 효과적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면, 이미 한류에서 증명되었듯 남양주 종합촬영소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능가하는 일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유인택/기획시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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