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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자아팽창 / 고명섭

등록 2008-02-03 19:44

 고명섭 기자
고명섭 기자
유레카
멜라니 클라인(1882~1960)은 아동 정신분석 연구의 선구자다. 그의 이론에 뿌리를 댄 정신분석 연구 결과들은 유아기 아기들이 ‘전능환상’을 품고 있음을 알려준다. 아기가 울거나 보채면 엄마는 아기의 욕구를 알아채 즉각 충족시켜준다.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아기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된다. 엄마에게 의존해야 하는 무력한 존재임을 잊는 것이다.

아기가 스스로 전능한 존재라고 여기면 세상은 단순해진다. 그의 세계에는 자기 욕구 충족 법칙만 남는다. 세상을 움직이는 다른 법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제한도 없고 의무도 없다. 유아기의 전능감은 보통 나이를 먹으면서 극복되는데, 뿌리가 완전히 뽑히는 경우는 드물다. 성인에게 남은 전능감의 뿌리는 큰 싸움에서 승리했거나 큰 권력을 얻었을 때 ‘자아팽창’ 형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 정치에서 그런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5·16 때 군인들은 군복 입고 한강을 건넜지만, 우리는 노사모와 노란 목도리를 매고 한강을 건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업자 안희정씨가 집권 초기에 한 이 발언은 권력을 막 쥐었을 때 나타나는 자아팽창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동업자들과 지원군이 혁명을 했다는 식의 발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벌써 이런 증상을 드러낸다. 대통령직 인수위 사람들의 오만에 가까운 밀어붙이기식 발언들을 보자면, 자아팽창이 전능환상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내려질 법하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엔 이런 구절이 있다. “개인이나 공동체나 다 마찬가지지만 승리를 거둔 뒤이거나 단순히 승리의 환영을 봤을 뿐일 때에도 사람은 흔히 거만하고 건방진 언동으로 나오게 되고, 그래서 결국 본전도 못 찾게 될 때가 많다.” 자아에 바람이 잔뜩 들어간 인간들이 새겨들을 말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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