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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과두제 / 고명섭

등록 2008-02-17 20:05

고명섭 책·지성팀장
고명섭 책·지성팀장
유레카
로베르트 미헬스(1876~1936)는 정당의 과두제화 원리를 밝혀 정치사회학의 새 영토를 개척한 독일 학자다. 그는 젊은 나이에 이탈리아 사회당과 독일 사민당에 가입해 정열적으로 활동했다. 혁명적 노동조합주의 운동인 생디칼리슴 운동에도 깊이 연루됐던 그는 이 모든 경험을 녹여 1911년 <정당사회학>을 출간했다.

이 책은 ‘사회학’이라는 이름을 단 모든 고전적 저작 가운데 가장 폭발적이고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당대의 많은 사회주의 이론가·지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반응이 모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좌파 정당과 노동운동의 실상을 자료로 삼아 그 운동의 지도자들이 자기배반에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향한 헌신에서 비롯한 운동이 조직화·관료화의 과정을 거치며 대중을 지배하는 과두제로 귀결한다는 것이 미헬스의 논증이었다. “선출된 자가 선출한 자들을 지배하고, 위임받은 자가 위임한 자들을 지배한다. 민주주의의 품 안에서 과두정이 발전하는 것은, 사회주의 조직이건 아나키즘 조직이건 조직에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유기적 경향이다.”

그가 보기에 프롤레타리아 출신 운동 지도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프롤레타리아로부터 성장한 노동 지도자들이야말로 두드러지게 자의적이고, 추종 대중의 반론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오만하고 이기적이라는 점, 이제 갓 소유하게 된 권위를 지키기 위하여 전력을 기울인다는 점, 자신에 대한 비판은 무엇이건 굴욕과 멸시로 간주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지난 시절을 상기시키려는 악의적인 시도로 받아들인다는 점 등은 바로 벼락 출세자의 특징이다.” 미헬스가 분석한 과두제 경향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인 듯하다. 좌든 우든 모든 정당과 모든 형태의 조직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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