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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식물의 싹 -아버지 / 고선주

등록 2008-02-19 19:01

시인의마을
어둠 속에서 잠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아버지의 굵어진 손마디가

제초제보다 더 독하게 살아온

세월을 일으켜 세운다

산과 들판이 힘겹게 삭발하는 풍경 아른거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쓸데없이 오가는데

들판을 버리지 못하는 아버지

감자와 콩의 뒤꽁무니를


도회지 자식놈들 다루듯 만지작거리다

막내놈 낳았을 때

지독한 추위에도 어린 싹들이

살아보겠다고 고개 내미는 것 보았다

고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봉투에 담겨져 봄 되면 나오라는

아버지의 굵은 손마디 위로

힘겹게 솟구치는 싹 하나가 떨어진다

-시집 <꽃과 악수하는 법>(삶이보이는창)에서

고 선 주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고, <열린시학> <시와정신> 등에 시와 평론을 발표했다.

<광주전남작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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