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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초여름 / 최명란

등록 2008-02-24 19:29

시인의마을
탱자꽃이 폈다

벌떡 일어나 방의 배치를 달리하고 싶었다

농짝을 옮기니 양말 한 짝 나자빠져 있다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농짝의 육중한 무게를 긴 시간 견디고 있다

다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깜깜한 농짝 귀퉁이에 축 늘어진 몸 걸치고

세월을 기다린 충직함에 목이 아리다

푸석푸석 붙어 있는 먼지 툴툴 털고 이젠 가야 한다

너무 오래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아무 일도 없는 듯 잊고 살았다

서슬 푸른 탱자나무가

안으로 안으로만 가시를 세우는 줄도 모르고

-시집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랜덤하우스)에서

최 명 란

1963년 경남 진주 출생. 세종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동시집 <하늘천 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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