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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녘말] 말째다 / 김태훈

등록 2008-02-24 19:29

북녘말
다음은 <조선말대사전>에서 어떤 말을 풀이한 것이다. 어떤 말을 풀이한 것일까?

①(요구나 조건, 내용 같은 것이) 복잡하거나 말째서 풀기 어렵다. ②대하거나 다루기에 별스럽게 말째다. ③(말이나 글 같은 것이) 복잡하게 구성되고 엉키거나 걸려서 리해하기에 힘들다.

풀이에 ‘말째다’란 말이 들어 있어서 ‘말째다’가 무슨 뜻인지를 알아야겠다. 북녘말 ‘말째다’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거북하고 불편하다’는 뜻으로 “해가 마주 비쳐 와 사격하기에는 말쨀 것 같았다”와 같이 쓴다. 또 하나는 ‘사람이나 일이 다루기에 까다롭다’는 뜻으로 “그 부분품은 까다로운 것이여서 가공하기가 말째였다”처럼 쓴다. 남녘 국어사전에서는 ‘말째다’를 첫번째 뜻의 평안도·함경도 방언으로 보았다.

‘말째다’를 ‘말-’과 ‘째다’로 분석할 수 있는데, ‘말-’은 ‘말벌, 말버짐’과 같이 ‘큰’이란 뜻을 지닌 접두사이고, ‘째다’는 “몸에 꽉 째는 바지를 입다”와 같이 ‘옷 등이 몸에 좀 작은 듯하다’의 뜻이다. 이런 분석이 반드시 옳다고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말째다’가 ‘많이 째다’에서 ‘불편하다’로, 다시 ‘까다롭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에 든 세 가지 풀이는 ‘까다롭다’를 풀이한 것이다. ‘말째다’가 ‘까다롭다’는 뜻인데 ‘까다롭다’에서 다시 ‘말째다’를 쓰고 있으니, 두 가지 말을 모두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기본 낱말의 뜻을 풀이하는 일은 참 어렵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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