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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표절의 동기 / 이창곤

등록 2008-03-04 19:44

이창곤 논설위원
이창곤 논설위원
유레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노예였던 부모의 자식과 그 노예의 주인이었던 부모의 자식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1963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한 연설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를 ‘생애 가장 위대한 연설’이라고 칭송했다. 이 연설에 힘입어 킹 목사는 훗날 위대한 연설가이자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로서 미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하지만 이 연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사실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 <불량지식의 창고>란 책의 저자들은 킹의 연설 내용은 실은 한 흑인 설교자가 195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문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의 표절은 ‘노골적이라기보다는 자유로운 개작에 가까웠다’고 이들은 평했다.

또 <적과 흑>의 스탕달도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의 생애를 그린 저작에서 다른 이의 책을 베꼈으며, <뿌리>의 작가인 앨릭스 헤일리도 실화로 알려진 뿌리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지어낸데다, 심지어 해럴드 쿨랜더의 책에서 세 단락을 그대로 베끼기도 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모차르트도 한때 표절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단다.

이처럼 유명인들조차 표절 논란에 휩싸인 사례를 들어, 어떤 이는 표절을 무의식적 행위라며 너그럽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표절은 실은 ‘이익 추구의 욕망’이란 명백한 동기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연이나 무의식적 행위가 아닌 명예욕이나 경제적 이익 등의 동기에서 표절이 움텄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한테 고위직을 지명받은 몇몇 인사들이 표절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 자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표절을 가볍게 여기거나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태도다. 표절이 학계나 예술계에서 널리 퍼져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런 태도 때문이란 생각이다.

이창곤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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