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널다리와 너더리 / 허재영

등록 2008-03-12 18:10

땅이름
충남 아산시 용화동의 옛 이름은 ‘판교리’다. 이 이름은 우리말로 ‘널다리’에 해당하는데, 널다리가 생겨나기까지 재미있는 전설이 남아 있다. 이 마을은 비가 오면 앞내가 넘쳐 아수라장이 되곤 했는데, 고을에 부임한 사또가 홍수 대책을 내놓는 사람에게 큰 상을 주기로 했다. 이 마을에 열 살 남짓한 꽃분이는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신령의 도움을 받아 개울에 널빤지로 다리를 놓으면 물난리를 피할 수 있다고 제안하여 홍수를 피하게 했다고 한다.

‘널다리’는 ‘널빤지로 만든 다리’를 뜻하며, 이로부터 ‘판교’라는 땅이름이 생성되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판교’라는 땅이름이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데, 서산이나 아산뿐만 아니라 경기도 광주, 평안도 영유현에도 판교포가 있었다. ‘널빤지’의 ‘널’은 ‘너르다’에서 온 말로, ‘널빤지’는 ‘너른 판지’를 뜻한다. 판지(板紙)는 본래 종이로 만든 재료이지만 차츰 나무를 넓게 켠 것도 판지라 했다.

그런데 ‘널다리’와 비슷한 ‘너더리’라는 땅이름이 있다. ‘너더리’는 산비탈에 널리 흩어져 있는 돌밭을 가리키는 말인데, 지역에 따라 ‘너덜겅’이라 이르기도 한다. 당진군 정미면 산성리의 닭발너더리는 닭발처럼 생긴 돌무더기이며, 웽이너더리는 괭이처럼 생긴 너더리다. 이 말은 ‘널리 흐트러지다’라는 뜻을 가진 ‘너르듣다’에서 온 말인데, 자갈돌이 널리 흩어진 곳을 일컬어 ‘너더리’ 또는 ‘너덜겅’이라고 한 셈이다. 널다리와 너더리는 발음은 비슷하지만 다른 뜻을 가진 땅이름이다.

허재영/단국대 인재개발원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