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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얼굴빛 / 최인호

등록 2008-03-13 19:22

언어예절
몸가짐에서 공손함을 제일로 친다. 남을 높이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로서, 마냥 굽실거리거나 꼿꼿한 것과는 다르다. 어릴 적 숱한 가르침과 배움 끝에 나온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공부로 받쳐 주어야 유지된다. 튀거나 깨뜨리는 언행도 그 바탕에서 성금이 난다.

마음이 얼굴에 비쳐 드러나는 표정이 낯빛·얼굴빛인데, 말하지 않아도 이를 통해 사람 마음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얼굴이 곧 마음의 거울인 셈이다.

굳이 도를 닦는 사람이 아니어도 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이를 어른으로 친다. 살다보면 좋은 일, 궂은일이 겹치기 마련이고, 이를 제대로 건사하자면 자신을 무척 눌러야 하는 까닭이다.

이 덕목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과는 좀 차이가 난다. 솔직함은 자신과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점, 진실을 말한다는 점에서 큰 덕목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 아닌 남과 그 처지를 생각해야 하는 쪽에서는 걸림돌이 될 때가 있다. 자칫 ‘막말’로 발전하기도 한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웃는 얼굴은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히죽거리거나 싱겁게 웃거나 하면 실없어지고, 웃음거리가 된다. 웃으면서 뺨치기, 억지 웃음, 거짓 웃음, 비웃음들은 부정적인 쪽이다. 풍자나 우스개는 상품으로 만들어 사고파는 산업 영역이 된 지도 오래다.

언제나 웃음 띤 낯빛으로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 경계하기도 한다. 좋은 얼굴도 얼굴빛도 때와 곳을 가려야 함을 일깨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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