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계의창] 존 매케인이 위험한 까닭 / 셀리그 해리슨

등록 2008-03-23 20:35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국제유가, 증시 불안, 월가 투자은행들의 위태로운 모습,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전쟁으로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예측은 널리 퍼졌다. 그러나 민주당 두 후보 사이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무당파 유권자들은 경쟁 상대가 없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좋아한다는 여론조사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긴다면 매케인은 오바마의 가운데 이름 ‘후세인’을 강조해 그가 이슬람 테러에 단호하지 못하다는 점을 공략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이긴다면 여성은 세계의 위험한 상황을 다루기에 약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2007년 2월13일 비핵화 합의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완전히 이행되기 힘든 상황이 된다면 매케인이 승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케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애틀의 한 연설에서 “2·13 합의의 앞날에 대한 우려들에 공개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물질 비축량을 신고하는 대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는 것은 일본과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조체계”를 형성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협상이 중요한 국면에 들어선 지금,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뺄 수 있는 권한을 백악관으로부터 얻은 상태다. 북한이 핵물질의 양과 핵폭탄의 수를 확실하게 밝힌다면 그는 권한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매케인이 이 핵심 사안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강경하게 한다면 협상 타결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를 빼고 북한 문제에 가장 매파적인 태도를 보여온 공화당원이 매케인이다. 그는 1994년 첫번째 북핵 위기 때 영변 재처리시설의 “공중 또는 크루즈미사일 폭격”을 제안했다. 매케인은 “방사능 유출이 거의 없이 북한의 핵물질 저장고를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을 설득했다. 매케인은 상원 국방위원으로, 미군과 유엔군이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을 조사하고 군수물자 이동을 봉쇄하도록 주장했다. 이런 조처는 거의 전쟁을 부채질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또 ‘매케인 독트린’을 통해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에서 지배체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토착 세력과 외부 세력을 미국이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선 북한의 “전멸”을 위협하기도 했다.

오바마나 힐러리가 정권을 잡으면 북핵 협상이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합의에 입각한 경제·정치적 정상화를 향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북한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와 핵물질의 제거는 먼 일이 될 것이다.

현재 협상을 다루는 언론들은 북한이 의무를 이행하는지에만 관심을 쏟는다. 합의에 따라 미국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거의 없다. 북한이 핵물질을 줄이는 것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고 적성국교역법을 해제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점을 놓친 게 대표적 사례다. 또다른 예는 ‘우라늄 수수께끼’다. 언론은 파키스탄이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건넸다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설명에만 조명을 집중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한 번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몬테레이 국제학연구소가 내는 권위 있는 잡지 <핵확산금지 리뷰> 최신호에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언론의 북한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철저하게 규명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글쓴이 휴 거스터슨은 “우리가 다른 나라의 관점에 그렇게 둔감하다면 어떻게 그 나라에 대한 정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