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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달만에 무너진 ‘10년 평화탑’ / 김연철

등록 2008-03-31 20:08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시론
남북관계는 다시 과거의 대결 시대로 돌아갔다. 10년 동안 쌓은 평화의 탑을 허무는 데 겨우 한 달이라니, 광속 타임머신이다. 현재 남북관계의 위기는 예견된 결과다. 그리고 시작이다. 남북관계에서 위기는 북한이 촉발하지만, 위기를 수습하고 해결해야 할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능력이라고 일컫는다. 이명박 정부는 과연 관리 능력이 있는가?

무시하면 악화된다. 그것이 지난 남북관계의 역사에서 증명된 법칙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를 무시했다. 남북관계는 국내 정치가 아니라, 일종의 외교다.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부의 합의사항을 완벽히 백지화했다. 여전히 통일부는 없어도 된다는 생각, 남북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는 생각, 우리는 그것을 적대적 무시 전략이라고 부른다.

적대적 무시 전략의 실패는 이미 부시 행정부가 증명해 주었다. 부시 행정부는 임기 6년 동안 북한을 무시했다. 그 결과로 북한의 핵 능력은 강화되었다. 미국은 결국 무시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2007년부터 북한과의 양자접촉에 나섰다. 그러나 잃어버린 기회는 너무 아쉽고, 해결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외교’로 퇴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반도에서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북핵 문제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북핵이 해결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북핵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법론은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해야 할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은 북한의 핵 포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평화체제와 경제협력은 한국의 비중이 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사라졌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심 경제협력 사업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핵 포기의 환경이 불투명해지면 군사적 억지능력을 강화하고 핵무장으로 나아갈 것이다.

묻고 싶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어떻게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안보 상황은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2007년에는 3대 신용평가기관에 드는 피치사가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북핵 문제, 남북관계, 지정학적 위기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물론 지금까지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서해 사태가 나도 그것이 금융시장이나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포용정책의 경제적 효과다. 그러나 협상 가능성이 적고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판단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김영삼 정부에서 안보불안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한반도의 상황을 관리했다. 지난 10년 동안 여전히 한국의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이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부시 행정부도 끝나가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한반도 상황 관리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이렇게 대책 없이 남북관계를 악화시켜도 되는가? 안보 위기는 경제 위기를 부를 것이다.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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