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황사는 단순히 봄의 불청객에 그치지 않는 광범위한 자연현상이다. 멀리까지 날아가는 황사 알갱이의 지름은 대개 몇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밀리미터)로, 물에 뜨는 크기다. 그런데도 북태평양 바닥에 황사가 층을 이뤄 쌓여 있는 것이 발견됐다. 범인은 동물 플랑크톤 같은 미생물이다. 이들의 배설물 속에 섞인 황사가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다. 이들은 황사로부터 영양염류와 광물성 영양소를 얻는다.
중국에서는 가시거리가 10㎞ 이하인 경우를 모래먼지(砂塵) 날씨라고 한다. 이 정도는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나타난다. 하지만 모래폭풍(砂塵暴)이 불면 가시거리가 1㎞ 이하로 떨어지고, 황사 발원지인 북서부 사막지대에서는 더 심한 경우도 일어난다. 시속 60~100㎞의 바람이 몰고 오는 강한 모래폭풍(가시거리 500m 이하)과 아주 강한(極强) 모래폭풍(50m 이하)이 그것이다.
모래폭풍이 닥치면 돼지와 닭 같은 가축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어지럽게 날뛴다. 그런데 사막의 신사인 낙타는 흥분하는 법이 없다. 이들은 모래폭풍을 감지하면 얼굴을 묻을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을 파고 그곳에 머리를 밀어넣는다. 기관지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황사>, 푸른길 펴냄)
황사의 이점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다. 대기 중 황 가운데 반 이상이 황사 입자의 표면에 있다는 설이 그중 하나다. 그럼으로써 산성비를 완화한다고 한다. 또 일부 연구자들은 황사가 지구 온난화 억제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황사에 달라붙은 이산화황이 태양 복사를 차단해 지표면 온도 상승을 막는다는 것이다.
올봄에는 또다른 황사가 신경을 건드린다. 정책대결은 제쳐놓은 채 지역주의와 정치공학에 매달리는 총선전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하게 나빠지는 남북관계가 그것이다. 이런 마음의 황사는 낙타처럼 얼굴을 묻더라도 피해 가기가 어려워 더 유감스럽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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