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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사과 / 최인호

등록 2008-04-10 18:07

언어예절
잘못했으니 너그러이 봐 달라고 비는 것이 사과다. 사람이 아무리 바르고 곧게 산다 해도 일이 잘못될 때가 적잖다. 마음을 어지럽히고, 손해를 끼치거나 다치게 하는 등 살다 보면 사적·공적인 잘잘못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잘못했다고 말하기를 꺼린다. 체면이 상하고 책임이 따르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사과할 일은 낯을 돌보지 말고 제때 하고 넘어가야 옳다.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자세가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는 길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모른다거나 잡아떼거나 뭉개는 태도는 어질지 못한 일이다. 흔히 잘못을 정당화하기도 하고, 잘못을 인정하라는 상대를 트집 잡아 윽박지르기도 한다.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용서를 빌어도 받아들일 쪽 마음인데, 이 정도면 말이 통하지 않는 단계다.

일이 잘못된 데는 무능해서, 실수로, 게을러서, 일부러, 할 수 없이, 구조적인 문제로 … 연유가 숱하며, 사과 종류도 의례적인 것, 마지못해서, 말뿐인 사과, 묵은 사과, 대국민 사과 … 등 갖가지다.

세기에 따라 안됐다·미안하다·유감이다·잘못했다·사죄한다·책임지겠다 …에다 몹시·충심으로·깊이·대단히·매우·머리숙여·무척 … 같은 꾸밈말을 쓴다. 해명과 다짐을 아울러야 제격이다.

사과는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이자 문제를 푸는 좋은 방식이다. 보상이 따라야 할 때도 있다. 그 책임이 나라에 있을 때 ‘보상법’을 꾸리기도 한다. 나라 사이에서는 ‘사과’에 더욱 인색한데, 그 세기나 용어를 두고 협상을 하기도 한다. 주고받는 말이 아이들이나 동네 장삼이사의 말싸움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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