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사회부문 사회정책팀 기자
편집국에서
지난 8일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 발사로 이뤄진, 한국 첫 우주인 탄생은 큰 ‘사건’임이 틀림없습니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바둥바둥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눈길이 바야흐로 우주로 확대되기 시작한 계기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한겨레> 지면에는 우주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모습이나 우리나라도 이제 우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식의 얘기는 찾아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첫 우주인 이소연씨의 시시콜콜한 우주인 일상 경험이나 이씨의 허릿살에 나타날 무중력 변화 따위의 세세한 호기심을 풀어주는 기사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런 보도 태도 때문에 “한겨레가 한국 첫 우주인의 탄생 기사를 너무 작게 보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들려 옵니다.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지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보도 태도는 나름의 고민 끝에 나온 것입니다.
과학 기사는 사회부문 사회정책팀에서 다룹니다. 사회정책팀은 우주선 발사 10여일 전부터 한국 우주인 탄생을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보도할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 보도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회의 한쪽에선 한국의 ‘우주시대 진출’에 감격하고 환호하는 반면, 다른 쪽은 ‘260억원짜리 우주관광’이라는 비아냥과 평가절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리 있는 두 반응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한국 우주인 탄생에 마냥 환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게 보도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정도라고 판단했습니다. 들뜬 감정이 우주개발이라는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선 안 될 테니까요.
취재현장에서 만난 우주과학자들도 우주인 사업에 이중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여러 과학자들은 우주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일은 반갑지만, 이번 우주인 탄생에 너무 과도한 과학 발전의 의미를 부여하는 덴 선뜻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대국민 이벤트 아니냐”는 말도 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회성 우주실험으로 엄청난 성과가 나오겠느냐”는 냉소어린 지적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이번 일을 주관하는 우주인사업단 쪽도 “당장의 성과보다 우주실험을 처음으로 직접 해 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더군요. 정작 과학계에선 우주인 탄생을 절제된 태도로 바라보는데, 과학계 밖의 언론은 ‘우주시대 개막’에 열광하며 이를 부추기고 있는 셈입니다. 참, 이상한 현상입니다.
이런 이상과열 분위기 속에서도 한겨레는 ‘절제된 보도’를 한결같이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주인 탄생의 의미 부풀리기나 우주시대의 장밋빛 전망보다는 우주인 사업의 현실적 의미를 짚어보고, 우주인 탄생을 보라보는 과학계나 우리 사회의 다양한 반응을 담고자 애썼습니다. 발사 다음날치 사설은 흥분을 삼가고 우주개발 사업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함을 지적했고, ‘유레카’ 칼럼은 담담하게 ‘우주비행 참가자’ 이소연씨의 우주비행의 의미를 되짚었습니다. 열광 속에서 냉정을 잃지 않으려고 했음을 보여주는 고민의 흔적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겨레가 우주인 탄생 보도에서 제구실을 다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흥분과 열광을 멀리하고 절제와 현실감을 유지하려고 애썼다는 점만은 독자들께 다시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우주인 탄생을 바라보는 올바른 감상법은 지나친 열광과 지나친 냉소 사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오철우/사회부문 사회정책팀 기자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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