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일벌레’ 권하는 한국사회 / 김영환

등록 2008-04-13 20:06

김영환/한국인권재단 감사
김영환/한국인권재단 감사
세상읽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8년 통계연보’가 지난주 나왔다. 이 연보는 각종 사회지표를 100개의 범주로 나눠 지표별로 국가간 비교를 했다. 그중 한국이 순위가 가장 높거나 가장 낮은 지표는 열한 개다.

가장 우려스런 지표가 사회적 공공지출 비율이다. ① 국내총생산(GDP)의 5.7%로 OECD 평균인 20.7%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취약계층의 삶이 기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책임을 거의 지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이 상황은 한국 사람 삶의 근원에 불안감을 조성해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직간접적으로 규정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가 최장시간을 자랑하는 근로시간이다. 국가가 개인을 책임지지 않기에 일자리가 있는 동안은 최대한 긴 시간 일을 하고자 하는 강박성이 나타난다. ② 한국 근로자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357시간으로 OECD 평균 1777시간보다 580시간 더 길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치면 무려 72일을 더 일하는 것이다.

실직을 하면 좋은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구직활동만 전념하기 어렵다는 지표도 사회적 안전망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③ 전체 경제활동 여성에 대한 구직활동만 하는 여성의 비율이 비교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오랫동안 구직활동만 하기는 더욱 어려워서 ④ 12개월 이상 구직활동만 한 장기 구직자가 전체 구직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비교국가 중 가장 낮다.

한국의 어른들은 자신들이 일에 빠져 있듯 자녀들을 ‘교육’에 빠뜨린다. 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가계의 공‘교육’비 지출액 비율 2.8%는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교육에 관한 한, 돈 내놔라 하는 데 저항하지 않는 한국 학부모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⑥ 국제학력평가의 읽기 부문에서 한국이 1위를 한 것은 이런 교육열의 결과다. 문제는 이런 교육열이 우리 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과잉투자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⑦ 한국에서 남자 고졸자의 소득에 대한 남자 대졸자 소득의 비율은 1.27로 비교대상 국가 중 최하위다. 한국에서 대졸자가 사회적 수요를 초과해 과잉공급되고 있음을 뜻한다.

⑧ 한국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구 수의 비율이 94.0%로 비교국가들 중 가장 높다. 가구의 컴퓨터 보급률이 한국과 거의 같은 일본의 경우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구 수의 비율이 60.5%인 것과 비교해 보면 한국이 얼마나 인터넷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일과 ‘교육’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틈이 생겼을 때 인터넷과 같이 즉각적으로 자극을 공급하는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시간 죽이기를 철학자 하이데거는 ‘공허하게 함’의 깊어진 방식이라고 말한다.

불안하고 강박적이고 공허한 삶을 살다 보면 아이를 기르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⑨ 한국 여성 한 사람이 낳는 아이의 수는 1.08명으로 OECD 평균 1.63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진화론의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 사회는 가장 살기 힘든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지속 가능 개발이나 기후변화 같은 의제는 멀게만 느껴진다. ⑩ 에너지 공급 중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OECD 전체 6.5%에 크게 못 미치는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도 있다. ⑪ GDP에 대한 보건지출액(정부지출액과 가계지출액의 합계) 비율에서는 OECD 국가 중 30위다. 또 유엔개발계획의 수명과 건강 척도에서는 OECD국가 중 21위다. 30위 수준의 비용을 지출해 21위 수준의 성과를 낳은 것으로 보면 의료 전달체계의 효율성은 높은 편이다.


김영환/한국인권재단 감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