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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치매 판정법 / 김지석

등록 2008-05-11 21:16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헝가리 출신의 폴 에르되시(1913~96)는 자신의 신발끈도 맬 줄 몰랐던 괴짜 수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평생 일정한 거처도 없이 지구촌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그에게 강연료를 지급하려 해도 연락처를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그는 자동차 운전에 관심이 많았으나 운전을 배우지 못해 항상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탔다. 샤워 꼭지를 잠그는 법을 몰라 그가 다녀간 목욕탕 바닥은 늘 흥건했고, 종이 팩을 따지 못해 가위로 옆구리를 뚫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수학자들에게 환영받은 것은 천재였기 때문이다. 그가 발표한 무려 1475편의 논문 가운데 상당수가 획기적인 것이다. 그의 이름을 딴 ‘에르되시 수’도 재미있다. 그는 가깝게 교류한 거의 모든 수학자와 공동논문을 썼다. 485명에 이르는 이들 공저자에겐 ‘에르되시 번호 1’이 부여돼 있다. 이어 이들 공저자와 함께 논문을 쓴 다른 수학자에게는 번호 2가 주어진다. 현역 수학자 중 가장 낮은 에르되시 번호는 7이고, 수학 논문을 써 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무한대(∞)의 번호가 붙는다.

그런 그도 나이가 들자 당시 수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치매 판정 3단계’를 자주 언급했다. 첫번째는 수학의 정리를 잊어버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바지의 지퍼를 올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바지의 지퍼를 내리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그는 치매에 시달리지 않고 숨지기 직전까지 하루 19시간씩 수학 연구를 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 쇠고기에 대한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전면 수입개방 결정을 내려 큰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지퍼를 내릴 생각도 하지 않고 볼일을 본 꼴이다. 에르되시의 치매 판정 세번째에 해당한다. 에르되시처럼 천재도 아니면서 치매끼까지 있다면 누가 봐도 예삿일이 아니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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