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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저 꼼수들을 어찌할 것인가 / 김상종

등록 2008-05-21 19:04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지난 석 달이 십 년처럼 느껴지게 했다는 이명박 정권은 역시 딴 나라 정권인가 보다. 압도적 다수의 우리 국민이 아무리 거부해도 소수의 미국 축산업자 이익을 위해 실제론 달라진 게 없다는 ‘추가협의 서한 교환’ 이벤트까지 벌이니 말이다. 사실 추가협의는 하나의 외교 이벤트였을 뿐, 근본적 문제 해결은커녕 합의문의 글자 하나 바꾸지 못했다. 국제통상 전문가,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이 ‘이명박 정부는 끝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국민을 기만하며 우롱했다’고 평가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얻을 건 다 얻었다’고 당당하니 꼴사납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광우병 발생 국가다. 인간광우병 환자도 발생했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 프리온은 소의 뇌와 척수 등 특정 부위에 집중된다. 또한, 프리온은 소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이 축적된다. 광우병 걸린 소의 나이는 대부분 30개월 이상이었다. 광우병 걸린 소의 증상 가운데 하나는 잘 서지도 못해 주저앉는 ‘다우너’이다.

미국은 도축하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는다. 소 2천 마리 중 한 마리꼴로 표본 검사를 할 뿐이다. 1년에 도축 된다는 3500만 마리 가운데 3498만 마리는 검사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에선 광우병이 의심되는 ‘다우너’까지도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됐다. 광우병 위험을 줄일 사료정책은 축산업자의 반발에 밀려 시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은 20개월 미만만 수입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도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했다. 미국 쪽의 반복된 협약 위반 때문에 지금까지 수입을 중단하고 있었던 터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안을 단순화하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그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보고받고 어떻게 결론을 내렸을지는 분명해 보인다.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려 했던 정부는 어느 날 졸지에 ‘30개월 이상’과 ‘위험부위’는 물론 ‘검역주권 포기’까지 선택했다. 이제 그 과정이 조속히 그리고 소상하게 규명돼야 한다. 이와 유사한 시행착오가 빚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대운하, 수돗물 민영화, 미국식 건강보험제도 도입, 시장주의 교육정책, 재벌 위주 경제정책, 수도권 중심의 국토개발정책, 공기업 민영화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실패할 가능성이 큰 정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파동을 통해 국민은 깨닫고 있다. 그동안 눈과 귀를 막고, 건강한 판단능력을 마비시킨 것이 누구인지, 어떤 정치 세력과 어떤 언론이 진실로 국민 건강과 안전과 권익을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자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도 터득하고 있다. 인터넷 댓글, 촛불집회, 펼침막 설치, 탄핵서명 등. 가시적으로 드러난 서명 숫자만도 13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상대방은 꼼수에 능하다. 그건 ‘재개발 헛공약’은 남발하면서 불리한 ‘대운하 사업’과 ‘쇠고기 협상’은 꼭꼭 감추는 선거 전략에서 이미 드러났다. ‘물류’에서 ‘관광’을 거쳐 ‘치수’로 대운하 사업 목적도 그때그때 바꾸듯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한 변명도 눈치껏 바꿔가며 그 순간만 모면하려 했다. ‘진정성’은 실종되고 스스로 ‘못 믿을 정부’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모든 문제를 단순히 ‘소통’의 문제로 치부하려 든다. 꼼수에 동원할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립다.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과 ‘진실을 오도하지 않는’ 언론이.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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