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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전략적 관계들’이 성립하려면 / 김지석

등록 2008-05-29 20:49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아침햇발
한국과 중국은 엊그제 정상회담에서, 기존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선 두 나라 관계를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지난 23일에는 중-러 정상회담이 열려 ‘전략적 협력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여기에 오래 전부터 전략적 수준인 미국-일본, 북한-중국 관계까지 더하면, 남북한과 미·중·일·러가 복잡한 ‘전략적 관계’로 뒤얽힌 형국이다.

전략적 관계란 두 나라가 포괄적인 국익 일치를 바탕으로 중요 사안에서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관계를 말한다. 곧, 전략적 관계가 정착하려면 국가 목표에서 공통분모가 크고 구체적 사안에서 서로 자원을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전략적 관계는 오히려 서로 행동을 제약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유일 패권국인 미국은 ‘어떤 도전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가전략의 기본으로 삼는다. 중국에 대해 봉쇄와 협력을 병행하는 것은 그 일환이다. 필요한 사안에서는 손을 내밀면서도 도전자가 되지 못하도록 틀어막는 것이다. 일본을 끌어들여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구축하고 티베트 사태 등 중국 내 인권문제에 대해 공세를 취하는 것은 봉쇄이고, 6자 회담과 대테러전쟁 등에서 손을 잡는 것은 협력이다. 중국 또한 이에 맞서 대결과 협력을 병행한다. 중국은 엠디 계획이 전략적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비난한다.

따라서 한-미 전략적 동맹과 한-중 전략적 관계는 모순된다. 당장 엠디 계획이 문제가 된다. 미국은 이 계획 추진 초기부터 우리나라의 동참을 요구해 왔다. 한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고려해 이 계획에 참여하는 순간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는 깨진다. 중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경계하며, 동북아에서 주한미군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대북 정책에서도 충돌이 나타난다.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북한의 반대를 무릅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한 남북 관계가 나빠진 주된 책임이 이명박 정부 쪽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쪽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이런 입장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다. 한·미와 북·중이 맞서는 냉전식 대립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미국·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모두 발전시키려면 두 가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첫째는 실질적 균형외교다. 우리나라의 최대 외교 과제는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이뤄내고, 주변 4강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통일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 국익을 미국과 중국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두 나라가 우리 목표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어느 한 나라와의 관계를 강화하면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잘 풀릴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둘째, 남북 관계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 남북 관계 악화는 우리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4강의 잠재 갈등까지 심화시킬 수 있다. ‘북한이 결국 따라오게 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남북 관계 ‘휴업’의 대가는 갈수록 커지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먼저 두 가지 심리적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 정권과 달라야 한다는 맹목적 차별화론이다. 준비 없이 전략적 관계에 집착하다가는 치명적인 전략적 실패를 낳을 수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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