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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100일 잔치’를 벌여보자! / 정석구

등록 2008-06-02 20:46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아침햇발
완전무장한 전경이 도망치는 남자를 끝까지 쫓아가 뒤통수를 진압봉으로 내려쳤다. 머리가 찢긴 한 여자 대학생은 온몸에 선혈이 낭자한 채 구급차에 실려간다. 경찰차 옆에 쓰러진 한 젊은 여성의 머리를 전경이 군홧발로 짓밟았다. 1980년 5월 광주항쟁의 자료사진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이 2008년 6월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를 겪어본 세대들은 이런 폭력 진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정권의 속성을 바로 보여주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반대하는 국민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억압하는 독재정권, 이명박 정권이 바로 그 길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숱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했는데, 이제 거리에서 다시 ‘독재 타도’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청와대에 들어앉아 정세 분석이 어쩌고, 정무적인 판단이 어쩌네 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국가를 운영하다 보면 국민이 모르는 그 뭔가가 있다고 ‘우매한 국민’을 얕볼지 모르지만 그거야말로 자위행위일 뿐이다. 국민의 분노를 달랜다며 장관 몇 바꾼다고 수습될 일이 아니다. 국민이 왜 이리 분노하고, 무얼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국민이 출범 석 달을 갓 넘긴 이 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이명박 대통령한테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데, 감히 머슴인 주제에 주인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제멋대로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시위현장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시작되는 ‘헌법 제1조’라는 노래가 왜 그리 자주 불리는지 알아야 한다. 국민은 민주주의가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을 무시하고 자기 고집만 앞세우는 대통령, 내 나라 국민보다 다른 나라 국민을 더 위하는 대통령, 국민이 그런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와 내각을 ‘고소영’, ‘강부자’로 채웠다. 힘있고, 돈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다 몰아내고 자기 사람을 심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쇠고기 협상에서는 미국 요구를 통째로 들어줬다. 대부분의 나라가 30개월 미만, 일본은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데, 우리만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수입하겠다고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국내 축산농가한테서는 지탄받고, 미국 축산업자들로부터는 박수를 받는 대통령을 어찌 우리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퇴진’ 요구는 너무나 자연스런 귀결이다.

해법은 먼 데 있지 않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따르면 된다. 먼저, 재협상에 나서서 최소한 ‘검역주권 확보와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만이라도 관철해야 한다. 국민을 적당히 속이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훨씬 똑똑하다. 대통령은 독선과 오만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왕머슴’이라도 주인 말을 듣지 않으면 주인에게 쫓겨나게 돼 있다.

오늘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이다. 온 국민이 오늘밤 한자리에 모여 ‘100일 잔치’라도 벌여보자. ‘고소영’이나 ‘강부자’ 대통령이 아닌, 미국 축산업자의 대통령이 아닌, 진정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돌아오도록 신명나는 굿판을 벌여보자. 그럼 혹시 아는가, 완전히 달라진 국민의 대통령을 새로 맞게 될지.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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