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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거북 / 정호완

등록 2008-06-04 17:56

짐승이름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놔라. 만일 내놓지 않으면 불에 구워 먹으리라.” 가야노래 ‘구지가’다. 노래에서 거북은 김수로의 탄생과 관련된 영적 존재다. 그 지명을 구지봉이라 함도 관련이 깊다. 주몽의 고구려 건국 과정이나 바리공주 이야기에서도 거북이 등장한다. 갑골점이라 하여 거북뼈로 점을 친다. 갑(甲)은 거북을 뜻하는 글자다. 토템 신앙 중개자로서 거북을 신성시한 것이다. 이규보의 청강사자현부전(淸江使者玄夫傳)이나 별주부전의 거북은 모두 그 영험을 의인화해 드러내는 얘기다.

옛말로 거북은 ‘거붑’이었다. 끝 음절 ‘붑’에서 같은 비읍 소리 충돌 현상으로 거붑이 거북으로 바뀐 것이다. 한자말 귀복(龜卜)에서 거복-거북이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거북 토템은 한자가 들어오기 이전에 있었다. 양산 지방의 모심기 민요 가운데 왕거미 노래에서 거미가 거북이었음을 떠올릴 수 있다. 우리말 거미(거무)-검에서 그 원형을 찾음이 더 온당하다. 여기 검(감)은 임금으로 이어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가미(神)가 되고 거북을 가메(game)라 함을 보면, 한자 기원이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남선의 <신자전>에서 ‘검’을 신으로 풀이하고 있음 또한 한 방증이다. 동아리하자면, 거미(거무)의 검에 -음이 붙어 거뭄-거붑-거북이 된 것이다. <본초강목>에서는 거북의 수컷을 뱀으로 상정한다.

거북은 때로 남근 혹은 태양 숭배를 드러내기도 하는 상징성이 많은 짐승이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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