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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도록 하다’ / 최인호

등록 2008-06-05 18:39

언어예절
‘말을 잘한다’면 자주 많이, 재미나게, 쉽고 바르게, 때와 곳에 걸맞게, 흐르는 물처럼 유창하게 한다 …처럼 여러 경우를 두고 이르겠다. 두루 갖추어 잘하기가 어렵고, 그런 사람도 드물다. 그러니 잘할 마음을 버리고 그냥 생각하는 바를 조리 있게 말하면 된다. 듣는 것도 미덕이지만 말할 짬을 잃어서는 곤란하다.

잘하는 사람의 말도 글로 옮겨놓고 보면 터무니없거나 버릇된 말투가 자주 드러난다. 눈귀로 보고 듣는 것과 글자에 실려 눈으로 비치는 말의 차이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입말에서 자주, 이따금 글말에서도 보이는 어설픈 버릇투를 한 가지 들춰보자.

“바쁘지만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작동 방법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 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해 청문회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들출 말이 ‘-도록 하다’다. 이 말은 제3자를 부리거나 시켜서 앞말(참석·예약·설명·청문회)의 행동을 하게 할 때 쓰는 말이다. 따온 말들은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는 건데, 문제는 ‘-도록’으로 자릿수를 늘리고서 남에게 시켜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는 말투와 같아진 점이다. 스스로 다짐하거나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쓴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우스개가 된다.

위에서 ‘-도록 하겠다’는 그냥 ‘-하겠다’로 끝낼 일이다. 그래야 주체도 살고 자릿수도 줄어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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