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연구자들한테서 요즘 종종 듣는 독일 과학자 이름이 있다.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막스 플랑크(1858~1947). 1948년 그의 이름을 따 출범한 독일식 출연연 연합체 ‘막스플랑크연구회’(MPG)가 이들의 관심사다. 정부 예산을 80%나 지원받지만 80개 연구집단의 협력연구를 정부 간섭 없이 자율 지휘한다. 연구집단의 민주적 의사결정 참여가 이뤄지고 “최적 예산 최대 성과”를 목표로 국가 연구개발 전략을 수행한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를 상징물로 내건 이곳에선 세계 세번째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17명)가 배출됐다.
대한민국 출연연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다. 전두환 정부의 1차 통폐합, 노태우 정부의 2차 통폐합, 김영삼 정부의 ‘프로젝트 중심 제도’(PBS) 도입,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등.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꿈을 꾼 적이 있었다. 1999년 ‘출연연 육성법’을 제정하며 유럽식 연구회 체제를 살펴 번듯한 연구회 체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은 연구회의 꿈은 법전에만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연연 구조개혁을 내비친다. 밀어붙이기 논란이 벌어진다. 연구원장과 연구회 이사장들한테 역대 정부에서 없던 ‘일괄 사표’를 요구했다. 협의 없이 생명공학연구원과 카이스트의 통합을 추진하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연구자들은 “법률은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지”라며 자조한다.
현재 26개 출연연의 인력(정규직)은 1만명, 예산은 2조8천억원 규모다. 1966년 과학기술연구원이 처음 생기고 80년대 이래 크게 성장한 출연연을 정부가 쉽게 주무르던 시대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출연연도 자율과 자기혁신의 책임을 스스로 느껴야 할 만큼 성장했다. 오늘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연연은 무엇인가’ 다시 묻는 연구자들의 토론회가 열린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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