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우리에겐 ‘더 레프트’라고 번역되어 잘 알려진 <민주주의 벼리기>(Forging Democracy)라는 책의 저자 제프 일리가 책 머리말에서 고백한 표현이다.
“국가에서 주는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예방접종을 맞았으며, 국가에서 마련해 주는 주택에서 살았다. 교실로 매일 배달되는 3분의 1파인트(0.47리터)짜리 병우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이어지는 그의 고백이다.
이 얼마나 당당한 고백인가? 우리나라에서 정부로부터 어떤 특별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어린이라면 그는 나중에 겨우 이렇게 고백해야 한다. “난 기초생활 보장 수급권자였다.”
서구 나라들이 이십 세기에 이루어 놓은 문명과 인권의 산물인 복지국가 체제를 뒤늦게나마 이 시각 한국이라는 땅에서 그 주춧돌을 놓고 설계도면을 그릴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지난 10년은 있었다. 더 강도 높은 복지 투자를 촉구하며 정부에 날을 세웠다지만 적어도 이제 복지국가의 구축을 향해 더디지만 조금씩 가고 있다는 위안은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위안마저도 사치라 여겨진다. 민주주의는 없고 포악한 독재의 그늘만이 드리워지듯, 복지는 없고 성장타령만이 지속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누구의 성장인지 모르는 ….
물론 이명박 정부에 그러한 위안을 느끼고픈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말한다. ‘어차피 복지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이명박 정부도 복지는 할 수밖에 없다’고. 그러나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재정 확대와 인력 확충이 없는 한, 현재의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복지는 없다고.
먹을거리 불안이 부른 촛불문화제. 이명박 정부 100일 중 24일 동안 촛불이 타올랐다는 한 참가자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폭풍처럼 대중들의 열기를 쏟아낸 뒤 스산한 바람만 이는 시청앞 세실 건물 입구 차도에는 천진한 아이들의 색 분필 그림이 부산하다. “미친소는 먹기 싫어!”라는 글귀와 함께.
오늘은 먹을거리 불안이지만, 내일은 의료 불안, 교육 불안, 실업 대란, 주택 불안 … 등 끝없는 불안으로 타들어가는 촛불의 불안은 이 정권 내내 끊임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불안의 종식은 탄탄한 복지체제의 구축만이 해답이다. 성난 촛불의 민심에서 읽어야 할 화두는 바로 복지국가인 것이다. 미친소 수입이냐 아니냐를 넘어 우리들의 자식들을 복지국가의 자식으로 만들 것인지, 정글의 자식으로 만들 것인지가 결국 고민의 핵심이고 문제의 본질이다. 그러나 ‘달을 보라고 했더니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본다’(示指忘月)는 우매함을 꼬집은 고사성어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정부는 민심에 답하고자 특단의 민생대책을 발표한단다. 이미 알맹이 없는 고유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10조원의 재정을 쏟아부었으니,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의 인하로 더욱 졸아들 국가재정으로 도대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고사리손으로 ‘미친소’를 썼던 그 아이들을 복지국가의 자식으로 키우는 데는 얼마의 재원이 필요할까? 계산할 머리도, 자판을 두드릴 마음조차 없는 이 정권에서 불행한 민초들의 촛불은 꺼질 날이 없으리란 불길한 예상이 제발 빗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처연하다. 인간의 잠재력을 억압하고 심지어 이를 없애려 하는 불평등 체제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모든 노력을 ‘좌파’라고 터부시하는 한, 이명박 정부에서 민심의 미래는 없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정부는 민심에 답하고자 특단의 민생대책을 발표한단다. 이미 알맹이 없는 고유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10조원의 재정을 쏟아부었으니,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의 인하로 더욱 졸아들 국가재정으로 도대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고사리손으로 ‘미친소’를 썼던 그 아이들을 복지국가의 자식으로 키우는 데는 얼마의 재원이 필요할까? 계산할 머리도, 자판을 두드릴 마음조차 없는 이 정권에서 불행한 민초들의 촛불은 꺼질 날이 없으리란 불길한 예상이 제발 빗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처연하다. 인간의 잠재력을 억압하고 심지어 이를 없애려 하는 불평등 체제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모든 노력을 ‘좌파’라고 터부시하는 한, 이명박 정부에서 민심의 미래는 없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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