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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껌과 고무 / 김선철

등록 2008-06-10 17:34

외래어
껌(gum)은 원래 중앙아메리카의 원주민 일부가 사포딜라 수액이 굳은 치클을 씹던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1860년께 미국에 전해져서 상품화됐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통해 미군이 세계로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껌의 본디 뜻은 ‘고무’여서 영어 사전에는 고무라는 풀이가 먼저 올랐다. 그렇다면 ‘고무’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고무가 외래어라는 의식은 많이 희박해진 듯하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프랑스어 ‘gomme’에서 왔다고 돼 있다. 그런데 바로 들어오지 않고 일본어 ‘ゴム’를 통해서 들어온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일본어 사전들을 보면 프랑스어 ‘gomme’ 또는 네덜란드어 ‘gom’에서 왔다는 서로 다른 내용이 나온다. 이렇듯 외래어의 공급처를 제대로 알아내기가 힘든 경우가 더러 있다. 또 한 가지는 프랑스어 ‘gomme’에 해당되는 영어가 ‘gum’인데, 이 두 낱말의 어원이 그리스어 ‘kommi’라고 한다. 곧 같은 말을 우리는 갈라서 쓰고 있는 것이다.

껌은 ‘걸’, ‘가이드’, ‘기어’처럼 ‘ㄱ’으로 소리 내지 않고 ‘가운’, ‘게임’, ‘골키퍼’처럼 대개 ‘ㄲ’으로 소리 내며, 더욱이 적을 때도 ‘ㄲ’으로 적는 관습이 있어서 ‘껌’으로 굳어졌다. 반면 ‘고무’는 일본어를 거쳐 들어오다 보니 ‘곰므’나 ‘곰’이 아닌 ‘고무’가 되었다. 이렇게 ‘껌’과 ‘고무’는 본디 같은 말인데, 어느 하나에 두 가지 의미가 다 붙어 들어오지 않고 의미에 따라 서로 나뉘어 들어왔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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